류현진(33·토론토)은 에이스다웠고,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사진)은 다시 한번 준비된 선발 투수임을 증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왼손 투수 류현진과 김광현이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류현진은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 TD볼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4와 3분의 1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시범경기 첫 승리투수가 됐다. 시범경기 첫 등판(2이닝 1실점), 연습경기(3과 3분의 2이닝 1실점)에서 계속 실점했던 류현진은 이날 완벽한 투구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했다.
최근 등판 중 가장 기대했던 류현진다운 모습이었다. 1회초를 삼자범퇴로 끝낸 류현진은 2회초 선두타자 윌리 애덤스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조이 웬들을 삼진으로 잡은 뒤 나머지 두 타자도 범타 처리했다. 3회초에도 안타 2개를 허용했지만 2사 1, 2루에서 케빈 키어마이어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다시 위기를 벗어났다. 4회초 역시 삼자범퇴였다. 4회까지 투구 수가 54개밖에 되지 않자 5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타자를 1루 땅볼로 처리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총 투구 수 64개 가운데 44개가 스트라이크였다. 간판투수다운 투구를 선보이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를 향해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투구 수와 이닝을 늘려 가는 단계인데 모든 게 계획대로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립박수를 받은 데 대해서는 “박수를 받는 건 기분 좋다. 시즌 때도 박수를 많이 받겠다”며 웃었다.
탬파베이에서 뛰고 있는 동산고 후배 최지만(29)과의 맞대결은 또 미뤄졌다. 앞서 5일 두 팀 간의 대결에서 등판이 예정됐던 류현진이 연습경기 등판으로 일정을 바꿔 맞대결이 무산됐고, 이날은 최지만이 결장했다. 대신 류현진은 일본인 타자 쓰쓰고 요시토모(29)와 ‘한일전’을 펼쳤는데 2타수 무안타(땅볼-삼진)로 쓰쓰고를 완벽히 틀어막았다. 토론토는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룬 대니 잰슨이 1회말 만루홈런을 터뜨리는 등 방망이가 시원하게 터지며 탬파베이에 8-3으로 승리했다.
같은 날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은 이날도 위력적이었다. 3이닝 동안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범경기 평균자책점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앞선 경기에서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를 요리했던 김광현은 이날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도 선보였다. 3회초 1사 이후 앨릭스 아빌라, 길베르토 셀레스티노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이후 뜬공, 3루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앞선 경기에서 2이닝을 던졌던 김광현은 이날 3이닝 투구와 함께 투구 수도 46개까지 늘리며 정규리그 선발 한 자리를 향해 순항했다. 김광현의 시범경기 4경기 성적은 8이닝 5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이다.
한편 미국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는 가운데 MLB는 시범경기와 정규리그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MLB 사무국은 같은 날 30개 구단이 참여한 가운데 콘퍼런스콜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사무국은 구단 시설 내 라커룸과 클럽하우스에 선수와 필수 인력만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미디어 출입을 제한하는 한편 취재 구역을 기존과 다른 곳으로 이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MLB 정규리그는 27일 개막한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