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주요국 최고지도자 중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6)가 중환자실(ICU·intensive care unit)로 옮겨졌다. 당분간 국정 수행이 어려워짐에 따라 도미닉 라브 외교장관(46)이 업무를 대행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대통령 사망 등의 상황에서 부통령이 대행을 맡는 미국과 달리 영국은 총리 부재 상황에 대한 별다른 매뉴얼이 없다.
총리실 대변인은 6일(현지 시간) “총리의 상태가 악화됐다.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병상을 옮겼다”고 밝혔다. 아직 의식이 있지만 산소호흡기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중환자실로 옮겼다는 뜻이다. 존슨 총리는 앞서 이날 오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분이 괜찮다. 모두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 나의 팀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확진 판정 후 총리 관저에서 자가 격리 상태로 지냈다. 열이 계속되는 등 증상이 완화되지 않자 이달 5일 런던 세인트토머스 병원에 입원했다. 초여름 출산 예정인 그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32)도 의심 증세로 자가 격리 중이다.
각국 정상은 일제히 쾌유를 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나와 미국의 좋은 친구인 존슨 총리의 행운을 빈다. 코로나19에 효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에볼라, 후천면역결핍증(AIDS) 치료제 회사들에 영국 정부와 접촉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7일 트위터에 영어와 일본어로 “빠른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썼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존슨 총리의 옥스퍼드대 동문인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테리사 메이 전 총리 등도 동참했다.
총리 대행을 맡은 라브 장관은 6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겠다. 총리의 지시와 계획을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2010년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이 된 그는 2016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브렉시트 찬성파로 활동하며 유력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메이 내각에서 브렉시트장관을 맡았지만 메이 전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발해 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보수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으나 중도 사퇴 후 존슨 총리를 지지해 신임을 얻었다. 지난해 7월 24일 존슨의 총리 취임 날 외교장관으로 발탁됐다.
구가인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