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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앞에 모여 “낙선시키자”... 反트럼프 시위로 번지나

백악관 앞에 모여 “낙선시키자”... 反트럼프 시위로 번지나

Posted June. 04, 2020 07:46,   

Updated June. 04, 2020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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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무장 군(軍) 투입’ 등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한 강경 방침을 밝힌 이후 오히려 시위대의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인종차별 시위를 넘어 반(反)트럼프 시위로 번질 조짐도 나타났다. 미 정부는 워싱턴 인근에 1600명 규모의 연방군을 배치하고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시위 8일째를 맞는 2일(현지 시간)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로스앤젤레스(LA), 애틀랜타, 덴버 등 대도시의 주요 도로와 공원은 오전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시위대의 물결로 뒤덮였다. 거리를 메운 참가자들은 전날보다 확연히 많았다. 상당수가 통금이 지난 시점까지도 시위를 지속하며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최루가스를 터뜨리며 해산을 시도하는 경찰 및 방위군과 곳곳에서 충돌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워싱턴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뜨거워지고 있다. 백악관 앞에서는 통행금지가 시작된 오후 7시 이후에도 도로를 꽉 채운 시위대가 해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낙선시키자(vote him out)” 등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계속했다. 백악관 주변 라파예트 공원은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시위대의 진입을 봉쇄했고, 상공에는 헬기가 굉음을 내며 시위대를 위협했다. 인근 대로에는 방위군을 가득 태운 대형 군용차량 10여 대가 사이렌을 울리는 경찰차를 앞세우고 줄줄이 질주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미 국방부는 이날 포트브래그와 포트드럼 기지의 연방군 병력 1600명을 워싱턴 인근에 배치시켰다. 헌병과 보병대대 등이 포함된 이들 병력은 수도권의 기지에서 시위 진압을 위해 대기 중이다. 워싱턴에 약 2800명의 주 방위군이 배치됐고, 미 전역으로는 29개 주에 약 2만 명의 주 방위군이 투입됐다. CNN방송은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병력 규모와 거의 같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뉴욕에서도 통금 시간인 오후 8시를 넘기고도 타임스스퀘어에 수백 명의 시위대가 남아 있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오후 9시 반경 어퍼웨스트사이드에서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일부를 체포했다. 뉴욕시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드타운의 백화점과 상점까지 약탈 피해를 봤다. 경찰 헬기가 시내 곳곳에 떠서 시위대들을 주시했다.

 다만 대부분의 시위는 전반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보스턴과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시애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열린 시위에는 흑인은 물론 백인과 어린아이, 노인 등이 참가했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들고 서 있는 방식의 조용한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시위대가 평화롭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했고, 특히 뉴욕을 콕 찍어서 “완전히 통제 불능” “혼돈과 무법, 파괴에 점령당했다”고 비난하며 방위군을 투입하라고 종용하는 트윗을 연달아 세 차례나 올렸다. “천한 인간들과 패배자들(lowlifes and losers)이 당신들을 갈가리 찢어놓고 있다”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진압 방침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을 위한 도로를 확보하려고 백악관 앞 라파예트 광장에서 평화적인 시위를 하고 있던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고무탄을 사용한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것. 공화당에서도 벤 새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워싱턴=김정안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