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씨의 추도식이 열린 4일(현지 시간) 미국 전역에 8분 46초간 침묵의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워싱턴의 시위대에 대응하기 위해 연방군 투입 방침을 밝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군을 복귀시키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 10일째인 4일 열린 추도식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침묵 시간인 8분 46초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무릎으로 플로이드 씨의 목을 짓누른 시간이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등 인권단체는 이날을 ‘추모의 날’로 정하고 시민들에게 오후 3시 45분부터 8분 46초간 침묵으로 플로이드 씨를 추모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미니애폴리스 노스센트럴대에서 열린 추도식에서도 앨 샤프턴 목사는 “일어나 ‘당신의 무릎을 우리의 목에서 치워라’라고 외쳐야 할 때다. (백인들이) 책임지지 않는 시간은 끝났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유족 측 변호인 벤저민 크럼프는 “플로이드 씨를 죽인 것은 인종차별의 전염병”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추도예배에는 플로이드 씨 유가족을 비롯해 정치인, 시민운동가 등이 참석했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무릎을 꿇은 채 플로이드 씨의 시신이 안치된 관에 수분간 손을 얹고 눈물을 흘렸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워싱턴주 터코마 등에서도 시위대가 8분 46초간 바닥에 엎드려 플로이드 씨의 죽음을 기렸다. 뉴욕, 내슈빌, 시애틀, 샌타모니카 등 전국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평화 행진 시위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경찰의 과잉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경찰이 한 흑인 여성을 목 누르기로 제압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CNN에 따르면 시카고에 거주하는 미아 라이트 씨의 가족은 “쇼핑몰에 도착해 차 안에 있었는데 경찰이 차창을 곤봉으로 깬 뒤 끌어내 바닥에 패대기쳤다”며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시카고 경찰은 연루 경찰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뉴욕 시위 현장에서는 경찰 2명이 75세 백인 남성을 밀쳐 넘어뜨린 뒤 쓰러진 남성이 귀에서 피를 흘리는 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나는 영상이 공개됐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해당 경찰관을 즉각 정직 조치했다”고 밝혔다.
군부대를 투입해 시위대를 진압하는 방안을 놓고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갈등을 빚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워싱턴 인근에 배치됐던 군 병력의 원대 복귀에 동의했다고 뉴욕타임스(NYT)등이 전했다. 에스퍼 장관은 당초 전날(3일) 워싱턴 인근에 대기 중이던 82공수사단 부대 700여 병력의 원대 복귀를 지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격노로 지시를 번복한 바 있다. NYT는 익명의 고위 관료를 인용해 “대통령이 마침내 (군대 복귀에) 순순히 따르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군부대 복귀 결정이 국방부와 백악관 사이 갈등의 종결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