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 있는 진단키트 제조업체 ‘솔젠트’는 지난달부터 진단시약 용기를 직접 생산하게 되면서 생산량과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한 덕분이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10일 찾은 솔젠트의 공장에서는 선반 모양의 작업대 두 개가 텅 비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1개월 전까지만 해도 직원 2명이 하루 종일 진단시약 용기에 이물질이 없는지 일일이 확인하던 공간이었지만 스마트공장이 되면서 그 공정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솔젠트는 원래 진단시약 용기를 독일에서 수입해 썼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이 막히면서 국산 대체품을 구했지만 용기에 이물질이 있는 등 10개 중 4개꼴로 불량이라 생산에 차질이 컸다. 그러다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받아 지난달 12일부터 진단시약 용기를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공정이 단순해진 것이다.
석도수 솔젠트 대표는 이날 솔젠트 본사에서 열린 ‘스마트공장 현장 혁신 보고회’에서 “삼성전자가 우리 회사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내줬다”며 “삼성전자가 회사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은 중소기업의 제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기부가 대기업과 협력해 제조 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로 국내 진단키트에 대한 해외 주문량이 폭증하자 중기부는 국내 진단키트 제조업체 5곳에 스마트공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마스크 대란 해소에 도움을 줬던 삼성전자가 다시 멘토로 나섰다.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마스크 제조업체 4곳을 지원해 마스크 생산량을 51% 늘린 성과를 내자 이런 상생 노력을 더욱 확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현장 혁신의 일환으로 원자재 관리와 창고 정리 방식, 물류 동선 등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직원 20여 명을 1개월간 솔젠트에 파견했다. 솔젠트 직원과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수시로 의견을 교환했다. 솔젠트는 그동안 거의 모든 공정을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코로나19 이후 직원들이 휴일까지 반납했지만 생산량은 늘어난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과외’를 받으면서 기존 설비를 재배치해 동선을 최소화하고, 직원들이 수기로 하던 원부자재 관리업무에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73개 개선과제를 해결했다.
이날 현장 혁신 작업을 마무리한 솔젠트는 앞으로 시스템 자동화에 매진할 계획이다. 10월 신규 라인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량은 스마트공장 지원 이전의 30배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강성천 중기부 차관은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코로나19 관련 중소기업의 생산 애로를 해결하는 데 협력해 성과를 낸 대표 사례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 스마트공장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