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인종차별 항의 시위 및 주요 인물 재평가 논란으로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가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일부 학생과 교직원이 아프리카 식민화를 주도한 19세기 졸업생 세실 로즈(1853∼1902) 동상(사진)의 철거를 추진하자 일부 동문은 반대하고 있다. 광산업 거부(巨富)였던 로즈가 남긴 돈으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등이 수혜를 입은 ‘로즈 장학금’이 탄생했다.
BBC 등에 따르면 17일 로즈가 졸업한 오리얼칼리지 이사회는 성명을 통해 “제국주의와 식민 수탈을 상징하는 로즈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 이 문제를 논의할 독립 조사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정치, 법, 언론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석하며 올해 말까지 논의를 진행한 후 내년 초 철거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로즈는 아프리카로 건너가기 전 이곳을 다녔고 그의 동상 역시 칼리지 내에 있다.
로즈 동상은 2015년부터 철거 요구를 받아 왔다. 한 해 뒤 오리얼칼리지 이사회가 철거를 추진하자 장학금을 받은 동문들이 “1억 파운드 이상의 기부금을 철회하겠다”고 맞서 이사회가 한발 물러섰다. 최근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또 철거 요구가 등장하자 이사회가 다시 나선 것이다. 이사회는 “21세기에 걸맞은 다양화 요구에 부응하도록 과거를 바라보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며 “흑인, 소수민족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접근 개선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로즈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 현재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 등이 포함된 ‘케이프 식민지’ 총독을 지냈다. 다이아몬드 채굴 등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고 그의 회사가 현재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인 드비어스로 이어졌다. 사망 후 당시로는 어마어마한 거액인 600만 달러를 남겼다.
미국 야당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수전 라이스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올해 초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토니 애벗 전 호주 총리,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 코리 부커 미 상원의원 등 쟁쟁한 각국 정치인이 로즈 장학금을 탔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