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사진)이 22일 “미중 무역협상이 끝났다”고 발언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화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중 관계 악화 소식이 알려지면서 23일 세계 금융시장도 한때 대혼란을 빚었다.
나바로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대표단은 1월 15일에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들은 당시로부터 두 달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떠난 뒤에야 코로나19 대유행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역합의에 진전이 있었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폐기된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맞다. 끝났다(It’s over)”고 거듭 긍정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23일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하락과 반등을 반복했다. 22일 미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는 사상 두 번째로 종가 기준 10,000 선을 돌파했지만 23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 선물은 한때 398포인트 급락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합의는 완전히 온전하다. 합의 조건에 맞게 지속되길 희망한다”고 번복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정치매체 액시오스에 “협상은 잘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도 최근 비슷한 말을 했다”고 거들었다.
나바로 본인 역시 성명을 내고 발언을 정정했다. 그는 “맥락에서 많이 어긋난 채로 인용됐다. 현재 발효되고 있는 1단계 합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끝났다’는 말의 대상은 무역 합의가 아니라 중국 공산당에 대한 신뢰관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들이 중국 바이러스의 발원에 대해 거짓말을 했고 전 세계에 대유행을 가져왔다. 공산당과 신뢰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기 위해 나바로 국장을 내세워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을 떠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중국과의 긴장을 높이려 한다면 나바로 국장 같은 매파가 중국에 적대적인 행위를 선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3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 미국 내 사망자와 확진자는 각각 12만2611명, 238만8225명이다.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