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백선엽 장군의 사망을 깊이 애도하는 성명을 냈다.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도 추모에 동참했다.
미 NSC는 12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1950년대 공산주의의 침략을 무찌르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백선엽 장군과 다른 영웅들 덕분에 한국이 오늘날 번영한 민주공화국이 됐다. 그의 유산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백 장군의 영문 회고록 ‘부산에서 판문점까지’의 표지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1996∼1999년 주한미군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전 사령관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자신이 한국에서 근무할 당시 백 장군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면서 “그의 사망은 한국과 양국 동맹은 물론이고 나 개인에게도 큰 손실이다. 군인 중의 군인이었던 그는 나의 스승이었고 이후에도 친구이자 지도자로 남았다”며 애도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백 장군이 연합사령부 참모들을 이끌고 비무장지대(DMZ) 인근을 걷다가 6·25전쟁 당시 부하들이 배치됐던 위치를 가리키면서 개별 병사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한 일화를 소개하며 “그는 장병들을 매우 사랑했다”고 강조했다.
2006∼2008년 한국에서 근무한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 장군을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에 맞먹는 한국군의 아버지로 극찬했다. 그는 “백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침략자인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에 대항해 혼란스럽고 극도로 불확실한 전투 작전 속에서 한국군을 승리로 이끌었다. 워싱턴의 독립전쟁 승리와 비교할 만하다”며 워싱턴이 미군의 아버지로 불리듯 백 장군 역시 마찬가지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세계의 위대한 군사 지도자 중 한 사람을 잃었고, 나는 진실한 친구를 잃었다”고 말했다.
2011∼2013년 한국에서 지낸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백 장군은 지난 70년간 한미동맹을 강화했다”며 “동맹이 깨지지 않도록 만든 진정한 영웅이자 애국자였으며 현명한 조언자였다”고 존경심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자유의 가치, 그리고 희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며 “오래 지속될 유산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2016∼2018년 근무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수십 년 동안 백 장군을 존경해 왔다”며 “백 장군의 타계는 한미 동맹에 깊은 손실이며, 진정한 역사의 한 부분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전우회도 “백 장군은 한미 동맹이 70년을 마감하는 해에 별세했으며, 그의 인생과 동맹에 대한 공헌은 향후 양국의 친밀한 관계 수립에 위대한 귀감이 될 것”이라며 추모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