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독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 구상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G7+α(플러스알파)’ 체제의 ‘정식 멤버’로 가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미중 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아 중국을 배제한 G7 확대가 주요국 간 입장이 크게 갈리는 복잡한 이슈임에도 청와대가 지나치게 서둘러 “한국이 G11 또는 G12라는 새로운 국제 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이라고 나서 오히려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 소식통은 27일 “G7 회원국 대부분이 G7 정식 확대 구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정부는 올해 정상회의가 열리면 일회성 참여인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는 8, 9월경 개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은 26일(현지 시간) 독일 일간 라이니셰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G11 혹은 G12가 필요치 않다. 이미 G7이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합리적으로 조직된 체제”라고 밝혔다. G7 국가 가운데 일본이 이미 공개적으로 G7 확대를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외교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제외한 G7 회원국 대부분이 공개적으로 밝히지만 않았을 뿐 G7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 구상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대선용 또는 즉흥적 구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G7 회원국들은 중국과의 경제협력 관계나 한국, 러시아에 대한 거부감 등에 따라 확대 구상을 반대하고 있다.
실상은 한국이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평가되는 G7 체제의 정식 국가로 편입되기에는 국제사회 현실의 문턱이 높았던 셈이다. G7 정상회의가 8월 말∼9월 초 개최되면 불과 1개월여 시간 동안 G7 회원국을 상대로 확대 구상 관련 설득을 위한 외교전에 나서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 나왔다.
독일의 반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의 참석은 의장국인 미국이 최종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G7 정상회의에 미국이 한국을 초청하는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이번 정상회의의 의장국 자격으로 한국을 초청하는 것이지 G7 정식 가입은 물론 G11, G12 확대 구상과는 거리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G7을 구조적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내년 G7 의장국인 영국과 협의를 해야 할 부분”이라면서도 “단순히 기존 회원국들을 설득해 한국이 G7에 정식 가입하기는 어렵다. 국제사회 기여를 늘리는 등 국가 위상 제고를 위한 실질적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았을 때 청와대가 미중 갈등 격화를 둘러싸고 주요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깊이 있게 검토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청와대는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지만 중국은 당장 외교부가 나서 공식적으로 G7 확대 구상에 대해 “중국을 겨냥해 (자기들끼리) 편을 먹는 건 인심을 얻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이 ‘정식 멤버’가 됐다고 밝힌 것은 과장이었다”며 “G7은 중국이 배제돼 있는 다자기구인 만큼 득실을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 ·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