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느긋하다.”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의 창업자 야나이 다다시(柳井正·71·사진)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8일 마이니치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돼 하루 1400∼15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그저 집에 있으라고만 한다. 태풍이 지나가길 바라는 듯하다”며 총리의 지도력 부재를 질타했다.
야나이 회장은 특히 세계화와 거리가 먼 현 정부의 모습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한국 등 주변국은 물론이고 미국 등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마스크 등 기본 방역장비 또한 무조건 일본 안에서만 조달하려는 쇄국 정책을 취했다며 “세계적 시야가 결여된 현재 일본의 상태는 최악이다”라는 돌직구를 날렸다.
이미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 등 의료 전문가들이 “한국에 머리를 숙여 코로나19 정보를 얻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지만 아베 정권은 한국과 손잡을 생각을 비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시도한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확진 검사에 대해서도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달리 일부 일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도입해 대조를 보였다.
야나이 회장은 아베 정권이 경제 살리기를 위해 재확산을 부추길 소지가 큰 국내관광 장려사업 ‘고투트래블’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는 점을 비판했다. 그는 “각료들이 총리 관저의 눈치나 살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도 똑같은 발언을 하며 장관들의 무능을 질타했다. 야나이 회장은 아베 총리와 같은 야마구치현 출신임에도 현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당시 그는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서도 “한국에 싸울 듯이 덤비는 것은 이상하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아베 총리의 한 측근도 최근 기자에게 “한국의 방역 시스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한일 간 방역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강제징용 자산 매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 여부 등 한일 관계는 여전히 출구가 보이지 않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여전히 일본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사설을 통해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은 한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한일 외교 해법을 찾자고 주장했다.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친근감을 느꼈듯이 한일 양국이 명분에 연연하지 말고 서로 냉정히 바라보며 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일일 감염자 수가 1500명이 넘어도 근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면 어쩌면 일본 내 ‘혐한’이 한국이 아닌 일본을 망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東京=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