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불패의 명성은 둥지가 달라졌어도 여전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이 시즌 네 번째 등판이자 이적 후 처음 임시 안방에서 치른 개막전에서 최고의 호투를 선보였다.
류현진은 12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안방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 7탈삼진 2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올랐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6이닝을 92개의 공으로 효과적으로 막았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1.9마일(시속 147.8km), 평균 구속은 90.1마일(시속 145km)까지 나왔다. 시즌 초반 구속 저하로 고전하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힘 있는 패스트볼에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을 곁들이며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다만 구원진의 ‘불쇼’로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류현진의 호투 속에 토론토는 0-1로 뒤진 6회말 무사 2, 3루에서 보 비셰트(22)의 3점 홈런으로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6회를 끝으로 류현진이 마운드를 내려온 뒤에도 한 점을 더 보태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4-1로 앞선 9회초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구원투수 앤서니 배스(33)가 마이애미의 프란시스코 세르벨리(34)에게 동점 3점 홈런을 얻어맞으며 류현진의 ‘2승’은 무산됐다.
하지만 토론토는 승부치기에 돌입한 후 10회말 1사 만루에서 트래비스 쇼(30)가 끝내기 안타를 치며 5-4로 승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원래 안방인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를 떠나 불가피하게 ‘임시 안방’을 마련한 토론토는 트리플A 구장인 세일런필드에서 열린 사상 첫 메이저리그(MLB) 경기에서 승리한 팀으로 이름을 올렸다.
시즌 2승 무산은 아쉬웠지만 안방특급 류현진의 기세는 새 팀 안방에서도 이어졌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지난 시즌 LA 다저스에서도 류현진은 안방인 다저스타디움에서 14번 경기를 치러 10승 1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다. 이날 호투로 류현진은 시즌 평균자책점도 5.14에서 4.05로 크게 떨어뜨리며 3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경기 후 토론토는 트위터에 한글로 “오늘 류현진 선수는 경이적이었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태극기 이모티콘을 올리며 그의 활약을 반겼다. 현지 언론들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 CBS스포츠는 “2회초 브라이언 앤더슨에게 내준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마이애미 타선을 제압했다”고 호평했다. 이 매체는 또 “개막 첫 2경기에서 9이닝 동안 8점을 내준 류현진이 최근 2경기에서 11이닝 동안 1점만 내주고 안타는 3개만 허용했다.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최근의 흐름도 극찬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에게 ‘베테랑 에이스(veteran ace)’라는 표현을 썼다.
경기 후 류현진은 화상 인터뷰를 통해 “경기 초반 상대가 변화구를 노리는 것 같아 패스트볼 위주로 투구 패턴을 바꿨는데 잘 먹힌 것 같다. 전체적으로도 좋았다”고 자평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마이애미 2연전을 포함해 토론토는 임시 안방에서 17일까지 5경기를 치른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이후 첫 방문경기인 18일 볼티모어전이 유력하다.
김배중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