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사망자 수가 2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초 확산 초기만 해도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숫자다. 전문가들은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올해 말에는 30만∼40만 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23일 오전 미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689만 명, 사망자는 약 20만800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사망자 수(약 97만 명)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CNN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6·25전쟁 미군 전사자(3만3739명)의 6배에 이른다. 미국이 최근 치른 다섯 차례의 전쟁(6·25전쟁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 아프가니스탄전쟁 걸프전쟁) 사망자를 모두 합친 것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기준으로 봤을 때 9·11테러가 66차례 발생하거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109차례 찾아온 것과 비슷한 피해를 줬다. CNN은 “(미국 내) 첫 사망자 발생일로부터 매일 858명이 사망했다”고도 했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 워싱턴대는 학교가 등교개학을 하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올해 말까지 40만 명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민 대부분이 마스크 쓰기를 생활화할 경우 추가 사망자 수를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6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내 하루 확진자 수는 7만 명을 오르내리던 7월에 비하면 4만 명 선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위스콘신, 오클라호마주 등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사망자 20만 명 돌파 소식에 대해 “정신을 번쩍 들게 하고 어떤 면에서는 충격적”이라며 “앞으로 미국인들은 정부에서 모순된 신호가 나오더라도 의료 전문가들을 신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망자가 20만 명을 넘긴 것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유감스럽다”면서도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면 사망자가 250만 명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