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일정표를 보면 ‘블루 몬스터’ 류현진(33·토론토·사진)이 올 정규시즌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에 나서는 안방경기는 24일 오후 6시 ‘37분’(현지 시간)에 시작한다고 돼 있다. 이날만 그런 게 아니다. 토론토는 이번 시즌 내내 안방경기를 37분 아니면 7분에 시작했다.
한국 프로야구 팬들에게 평일 경기가 오후 6시 30분에 시작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주말 경기는 오후 2시, 5시, 6시 등 매시 정각에 시작한다. 일본 프로야구 역시 평일 경기는 오후 6시 정각에 열린다.
반면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정각에 시작하는 경기는 하나도 없다. 30분 시작 경기도 전체 967경기 가운데 21경기(2.2%)가 전부다. 그 대신 오후 7시 10분에 시작하는 경기(117경기·12.1%)처럼 매시 10분 시작 경기가 443경기(45.8%)로 가장 많았고, 5분 시작이 195경기(20.2%)로 그다음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이상하게(?) 시작 시간을 정하는 건 TV 중계 때문이다. 경기 전 양 팀 선수 등을 소개하려면 5분 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경기 시작 시간을 이만큼 늦추는 것이다. 반면 한국 방송사는 대개 경기 시작 전부터 중계를 하는 게 일반적이라 이런 문제가 없다. 미국은 TV 편성 시간, 한국은 경기 시작 시간 위주인 셈이다.
토론토 경기 때 2분이 더 붙는 건 국가(國歌) 연주 때문이다. 다른 팀 간 경기 때는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만 연주해도 되지만 토론토 경기 때는 캐나다 국가 ‘오 캐나다’도 함께 연주해야 한다. 캐나다 국가 연주에 1분 30초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2분을 추가하는 것이다.
물론 시작 시간을 2분 더 늦추는 대신 경기 준비 시간을 앞당기거나 TV 광고 방영 시간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이 때문에 토론토가 방문경기 일정을 소화할 때는 꼭 7분이나 37분에 경기를 시작하는 건 아니다. 토론토 이외의 팀들도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7분 또는 8분에 경기를 시작하기도 한다.
아예 경기 시작 시간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과 계약을 맺고 2007년부터 3년간 평일 경기를 오후 7시 11분에 시작했다.
황규인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