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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서 뽑아낸 섬유로 티셔츠 생산...블랙야크 ‘친환경’ 승부수

페트병서 뽑아낸 섬유로 티셔츠 생산...블랙야크 ‘친환경’ 승부수

Posted September. 28, 2020 08:02,   

Updated September. 28, 20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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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적 부진을 겪는 패션업계가 ‘친환경’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환경 친화, 동물 윤리, 도덕성 등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해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2월 사명을 ‘비와이엔블랙야크’로 변경한 블랙야크는 친환경 제품 생산에 적극적인 아웃도어 업체로 꼽힌다. 올해 초 ‘뉴라이프텍스’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국내에서 버려지는 페트병 수거부터 재생섬유 추출, 최종 제품 생산·판매에 이르기까지 ‘자원 순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을 짜왔다. 다른 업체들이 이물질 등 순도 문제로 일본, 대만 등 해외에서 수입한 재생섬유를 쓰는 것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겠다는 것. 이를 위해 올해 5월 블랙야크는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한 재생섬유 양산 체계를 보유한 기업과 손을 잡았다. SM그룹의 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과 업무 협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국내의 폐페트병으로부터 재생섬유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반팔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500mL 페트병 15개를 재활용하는 식이다.

 첫 성과가 올해 8월 나왔다. 이 재생섬유에 블랙야크만의 기술력을 접목시켜 친환경 티셔츠를 출시한 것. 내년까지 친환경 제품을 티셔츠뿐 아니라 바지, 플리스, 아우터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블랙야크 입장에서 ‘친환경’은 당장 이익 내는 사업은 아니다. 블랙야크는 최근 외형과 매출 모두 하락세였다. 시장 점유율은 3∼5위권에 머무르고 있고 매출액은 전성기였던 2013년 5805억 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감소해 지난해 3348억 원이었다. 하지만 차세대 소비의 주축인 MZ세대에게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가치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친환경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 선두 자리를 탈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런 전략은 블랙야크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강태선 회장의 아들인 강준석 기획본부장(상무)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2015년 미국 포틀랜드의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 인수를 주도했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나우의 친환경 정신이 블랙야크가 지향하는 궁극적 가치와 부합한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강 본부장의 친환경 전략은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나우는 지난해 상반기(1∼6월) 인수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년 5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내고 있다.

 블랙야크는 올해 나우를 지렛대로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동시에 국내 친환경 제품 시장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간다. 올해 봄여름과 가을겨울 시즌에는 친환경 제품 물량을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이상으로(각각 113%, 180%) 늘렸다. 2030세대가 주축인 산행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을 통해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도 높여갈 계획이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소재, 생산, 공정을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진 ps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