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세종학당 현지 한국어 보조교사가 된 인도네시아 캐서린 이밴절린 씨(22)와 베트남 호앙민녓헌 씨(20)는 학창 시절부터 한국 대중문화를 접한 K팝, K드라마 팬이다. 한국 가수와 배우가 좋아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이제 현지인들을 가르칠 정도의 실력자가 됐다. 74개국에서 한국어 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세종학당재단은 현지 한국어 교육과정 우수 수료자 중에서 보조교사를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시작했다. 이밴절린 씨와 호앙 씨가 수료생 출신 1기 수습 선생님인 셈이다. 최근 이들을 e메일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의 기본 원리만 알면 배우기 쉬운 글이에요. 어느 글자보다 소중하고 예쁜 한글을 사랑합니다.”
e메일 인터뷰로 만난 이밴절린 씨는 유창한 작문 솜씨로 한글 사랑을 드러냈다. 2012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고 한국어 독학을 결심했고, ‘풀하우스’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 배우들의 대사를 따라 하며 회화를 공부했다. 세종학당에서는 2018년부터 문법, 작문, 말하기 교육을 받았다.
그는 자카르타에서 부모님을 도와 제빵사로 일하고 있지만, 최종 꿈은 정식으로 한국어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류 인기가 높지만 한국어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4곳에 불과해 한국어 교수법을 배울 기회가 드물다. 그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류가 세계로 나가면서 한국어 학습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어 교육자가 매우 부족하다. 한국어 보급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호앙 씨는 방탄소년단, 아이유, 알리의 노래를 들으면서 한국어에 관심을 가졌다. 2017년부터 세종학당에서 본격적으로 공부해 3년 만에 선생님이 됐다. 호앙 씨는 “한국어는 형용사가 풍부해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고, 발음이 듣기에 좋다”며 “아름다운 한국어 가사를 번역하면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고 했다. 다만 “존댓말을 반말과 구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선생님에게 ‘요’를 붙이지 않고 반말을 하는 실수도 했다”고 말했다.
호앙 씨는 “한국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희망’”이라고 했다. 현재 호찌민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그는 막연히 ‘한국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을 뿐 구체적인 꿈이 없었다는 것. 호앙 씨는 “한국어 선생님이라는 진짜 꿈을 찾았다”며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한국어 문법을 베트남 학생들에게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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