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컥’ 연기로 분칠한 핵도발 능력 과시...그래도 반색하는 문정권

　북한은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10일 0시를 기해 대규모 열병식 행사를 열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새로운 무기들을 대거 공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 군사력은 우리 요구, 우리 시간표대로 발전 속도와 질과 양이 변해가고 있다”며 ‘전쟁억제력 강화’를 과시했다.

　이번 열병식은 다분히 대내적 주민결속과 대외적 무력시위를 겸한 북한식 선전선동의 진면모를 보여줬다. 김정은은 특히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핵미사일과 대남 타격용 신형 전술무기들을 총동원했다. 미국에 대해선 직접적 언급을 자제하며 도발과 협상을 압박하고 남쪽에는 연락사무소 폭파나 우리 국민 총살 만행에도 불구하고 “다시 두 손 마주잡는 날”을 언급하며 또 다른 ‘환상’을 띄웠다.

　열병식에 선보인 무기들은 2017년 잇단 핵·미사일 시험으로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은 뒤 가동시킨 남북과 북-미 대화 쇼, 그리고 장기 교착까지 3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낸 것들이다. 특히 다탄두미사일 장착용 ICBM이나 훨씬 직경이 커진 SLBM의 과시가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결코 핵을 포기할 수 없으니 핵보유국을 인정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조건을 들고 오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시간은 우리 편에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일단 도발은 자제하며 내년 1월 8차 당 대회 때 구체적인 ‘방략과 목표’를 제시하겠다고 했다. 다음 달 3일 미국 대선 이후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일단 자폐(自閉)의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다”며 대미 위협의 수위를 조절하면서 남쪽을 향해선 “사랑하는 남녘 동포”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향후 대미 징검다리로 묶어두려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그러자 정부 여당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청와대가 어제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연 뒤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북한의 입장에 주목한다”고 밝히자 관련 부처들도 일제히 북한과의 관계개선 기대감을 표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례적인 발언이다. 우리의 의지에 화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초대형 ICBM을 과시하며 ‘도발과 대화 병행의 양면전술’로의 회귀를 분명히 한 무력시위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김정은은 수도 평양의 거대한 세트장으로 군과 주민을 총동원한 ‘극장국가’의 주인공이었다. “미안하다” “면목 없다”며 10여 차례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울컥 눈시울을 붉히며 ‘애민의 지도자’ 연기까지 선보였다. 하지만 김정은은 잠 못 자고 불려나온 주민과 오리걸음에 무릎 망가진 병사는 아랑곳없이 열병식 군중을 바라보며 “세인이 경탄할 화폭”이라고 말하는 독재자일 뿐이다. 또 다시 김정은의 연기력에, 거짓 쇼에 속아 본질을 외면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