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대 600kg급 핵탄두를 3개까지 싣고 워싱턴, 뉴욕 등 미국 동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 세계 최대 이동식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10일 전격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위적 핵억제력 보유’와 ‘보복 핵타격’을 시사해 미국에 대한 압박을 노골화했다. 2018년부터 3년간의 비핵화 협상 동안 시간을 벌면서 오히려 핵타격 능력을 증강시켜 왔음을 드러낸 것. 김 위원장이 북-미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핵미사일 시험 중단(모라토리엄)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이미 지난해 선언한 만큼 신형 ICBM 시험발사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날 0시부터 2시간여 진행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을 일반에 공개한 것은 2018년 2월 화성-15형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길이가 2m 이상 늘어나 최대 24m에 달한다. 군 관계자는 “화성-15형의 바퀴 9축짜리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바퀴 축이 2개 더 늘어난 11개(좌우 총 22개)짜리 TEL로 운반해야 할 만큼 세계 최대급의 ‘괴물 ICBM’을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과 같은 액체연료 ICBM이지만 사거리와 탄두 중량이 크게 늘어났고 동시다발적 핵 타격이 가능한 다탄두를 장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군 소식통은 “페이로드(탑재중량)가 화성-15형(600kg 추정)보다 최대 3배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신형 ICBM을 ‘화성-16형’으로 명명한 뒤 시험발사 등 전력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열병식에선 기존 북극성-3형보다 사거리가 늘어나고 역시 다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4형도 공개됐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이날 대남 타격 무기인 초대형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미사일인 KN-23 등 신형 전술무기도 대거 공개했다.
미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북한 열병식과 관련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고 있는 것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