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거부로 ‘주한미군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빠지는 등 한미가 전시작전통제권, 방위비 분담, 주한미군 유지 등 핵심 동맹 이슈에서 이견을 노출했다. 미국은 우리 정부의 조기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양국 병력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전례 없이 높은 수위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 추진에 대해 사실상 불가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선 최근 이수혁 주미 대사의 한미동맹 발언 전후로 흔들리는 양상을 보인 한미관계가 SCM을 통해 민낯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SCM 개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SCM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현 안보상황을 반영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을 유지하고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는 대목이 사라졌다. 국방부는 “큰 의미가 아니다. (미군 감축) 논의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에스퍼 장관은 SCM 모두발언 때 서 장관 면전에서 “방위비 부담이 미 납세자(American taxpayers)에게 불공평하게 떨어져선 안 된다”며 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방위비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요구했다. 미군 감축과 연계한 방위비 압박 방침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은 SCM이 끝난 뒤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에 대한동아일보의 질의에 “(전작권 전환의) 특정 시한을 정하는 것은 양국의 병력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은 양국이 상호 합의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의 병력과 국민, 지역 안보를 담보하는 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SCM과 비슷한 시기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 중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한미 간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청와대가 비교적 온건파로 통하는 서 실장을 워싱턴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미국 정부 초청으로 서 실장이 13일부터 워싱턴을 방문해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면담하고 한미 양자관계 현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서 실장은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만났다.
윤상호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