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극장이 멈춘 지금, 한국에서 뮤지컬 ‘캣츠’가 무대를 꿋꿋이 지켜갈 수 있어 정말 고마워요!”(조아나 암필)
1981년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뮤지컬 ‘캣츠’가 처음 공연한 지 40년. 그간 30개국을 돌며 열리던 ‘젤리클 고양이 축제’는 지금은 한국에서만 명맥을 잇고 있다. 12월 6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열리는 ‘캣츠’ 40주년 내한공연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오르는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작품이다.
20일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난 ‘캣츠’의 주역 3인방 브래드 리틀(올드 듀터러노미 역), 조아나 암필(그리자벨라 역), 댄 파트리지(럼 텀 터거 역)는 “팬데믹으로 인한 중단 없이 40년 동안 지켜온 역사적, 전설적 공연에 참여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아무도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며 용기를 내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들 덕분에 가능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이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러키(Lucky)’였다. ‘캣츠’ 공연이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미국, 영국에 있는 다른 뮤지컬 배우들에게 전해지며 “너는 행운아”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파트리지는 “우린 원래 하던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요즘 엄청난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까지 올라갔을 때 걱정이 많았는데 결국 한국이 해냈다”며 기뻐했다.
‘캣츠’가 계속 열릴 수 있었던 건 예술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방역수칙을 지킨 다양한 묘수 덕분이다. 특히 배우들이 객석을 누비는 작품 특성상 새롭게 고안한 ‘메이크업 마스크’는 큰 화제가 됐다. 브래드 리틀은 “마스크를 썼을 때 제 표정이 관객에게 안 보이는 점은 아쉽지만 저는 계속 미소를 유지하고 있다. 유행병으로 인한 어려움을 예술로 승화한 점이 정말 놀랍다”고 했다.
배우들에게 ‘캣츠’는 ‘철인 3종 경기’라 불릴 만큼 고양이를 모사한 고난도 안무, 노래, 분장으로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대표 넘버인 ‘메모리’를 소화하는 암필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지만 고양이나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며 끝없이 연구하고 있다”며 “짧은 시간 동안 무대에 올라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배역이기 때문에 관객을 빠르게 매료시키려 노력한다”고 했다. 파트리지는 “모든 동작과 안무를 고양이의 마인드에 맞게 해보려 노력한다. 저희 도전을 즐기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