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6·25전쟁을 일컫는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전쟁’ 띄우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참전 기념일(25일)을 이틀 앞두고 열리는 기념행사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20년 만에 연설을 한다. 미중 갈등 속에서 애국심을 고취해 미국에 맞서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등 중국 주요 매체들은 일제히 “시 주석이 2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중국인민지원군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기념 대회’에서 중요 연설을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6·25전쟁 참전 기념행사에서 직접 연설을 하는 것은 2000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이후 20년 만이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미국을 염두에 두고 6·25전쟁 때처럼 중국의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직접 연설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미중 갈등이 첨예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 전 주석이 연설에 나섰던 당시도 1999년 5월 미군 폭격기가 유고슬라비아의 중국대사관을 오폭해 중국 외교관이 숨진 사건의 여파로 반미 여론이 높았던 시기였다.
최근 상황도 당시와 못지않다. 미국은 화웨이, 틱톡 등 중국 기업 제재를 가속화하고 있고, 대만 및 티베트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강화하면서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하나의 중국’ 원칙에 균열을 시도하고 있다.
김기용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