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지하에 새 연주 공간 ‘인춘아트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인춘아트홀은 좌석 수 103석, 면적 350m²로 8월 28일 완성됐습니다. 본디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리허설 공간으로 쓰이던 장소였습니다. 지난해 인춘장학재단이 10억 원을 기부해 연주홀로 변경하는 사업이 시작됐습니다. 좌석은 혜성산업이 기부했는데, 자동 제균(除菌) 기능이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같은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인춘아트홀만을 위한 새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도 마련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이곳을 찾았습니다. 바리톤 김기훈 씨와 소프라노 홍주영 씨가 그 이틀 뒤 열린 예술의전당 예술기부 콘서트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어서인지 잔잔한 노래도 압도적인 크기의 목소리가 귀로 쏟아져 들어왔고, 세부까지 또렷이 들려왔습니다.
2016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인 김기훈 씨는 신귀복 작곡의 가곡 ‘얼굴’을 부른 뒤 “소리가 너무 울리거나 지나치게 벽체에 흡음(吸音)되지 않아 노래하기 좋은 소리였다”고 평했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맡은 김천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김성진 씨도 “연주자의 소리가 또렷이 전달돼 반주하기 매우 편했다”고 얘기했습니다. 인춘아트홀의 문을 열고 나오면 넓은 지하 공간에 로비가 있어 연주자와 관객이 만남의 시간을 갖기에도 적당해 보였습니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은 1988년 개관 당시 콘서트홀과 리사이틀홀 등 두 개의 연주 공간이 있었습니다. 2505석 규모의 콘서트홀은 대규모 교향악이나 합창곡, 354석의 리사이틀홀은 작은 규모의 실내악과 독주회를 열기 적당한 크기입니다. 2011년 10월에는 중간 규모 실내악 콘서트에 가장 적당한 600석의 IBK챔버홀이 문을 열었습니다. 따라서 인춘아트홀은 이 건물에 9년 만에 생긴, 네 번째이자 가장 작은 연주홀이 됩니다.
예술의전당은 한국의 대표 클래식 공연장인 만큼 연주 기회를 얻기가 어려웠습니다. 독주회나 독창회가 자주 열리는 리사이틀홀의 경우 지난해 평균 5.5 대 1의 대관 경쟁률을 기록했죠. 예술의전당은 앞으로 인춘아트홀이 이런 높은 경쟁률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그동안 연주 기회를 얻기 힘들었던 신인 등에게 기회를 줄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연 시간도 저녁 시간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간대를 실험해 본다는 계획입니다.
이달 10일부터 13일까지는 인춘아트홀 개관 기념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10일에는 한국페스티발앙상블이 열리고 11일 플루티스트 이예린과 앙상블 플렉스, 12일 김가온 트리오, 13일 피아니스트 안종도 씨의 콘서트가 이어집니다. 당초 9월에 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늦춰졌습니다.
작지만 새로운 공연장 인춘아트홀의 모습은 유튜브 채널 ‘유윤종튜브’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인춘아트홀 외에 예술의전당 음악당 맞은편에 있는 서예관에도 최근 130석 규모의 공간인 미래아트홀이 시범적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인춘아트홀보다는 약간 크고 공연뿐 아니라 영상물 상영과 교육 프로그램, 세미나 등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입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