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열리는 ‘명인열전’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대회인 제84회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12일(현지 시간) 막을 올린다. 마스터스는 매년 4월 시즌 첫 메이저대회로 치러져 왔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연기됐다. 장소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로 변함이 없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갤러리는 허용하지 않는다. 대회 창설 첫해였던 1934년 3월에 열린 것을 제외하고 마스터스가 4월이 아닌 다른 달에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11월의 마스터스는 이전과는 많은 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고 변수는 역시 날씨다. 오거스타 지역의 4월 평균 기온(최저 9도, 최고 25도)에 비해 11월 기온(최저 5도, 최고 21도)은 4도 정도 낮다. 싸늘해진 날씨는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독 춥고 바람이 강했던 2007년 마스터스에서는 잭 존슨이 최종 합계 1오버파로 우승하기도 했다.
날이 추워지면 그린이 단단해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장타자가 유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 시즌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1위(344.4야드·약 315m)인 브라이슨 디섐보(27)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기존 45.5인치 드라이버 대신 클럽 한계치인 48인치 드라이버를 사용할 예정이다. 스포츠 베팅 전문가들도 디섐보를 우승 1순위로 평가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3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필 미컬슨(50) 역시 47.5인치 드라이버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4월에 비해 2시간 30분 정도 짧아지면서 모든 선수가 1번홀에서 티오프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1번, 10번홀로 나눠 경기를 치른다. 4월의 마스터스에서는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했지만 올해 코스에는 단풍이 물들었다.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디펜딩 챔피언인 ‘황제’ 타이거 우즈(45)는 대회 2연패와 함께 투어 통산 최다승 신기록(83승)에 도전한다. 이 대회에서만 5차례 우승한 우즈가 1승만 더하면 잭 니클라우스와 함께 대회 최다승 타이기록을 갖게 된다.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다른 세 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매킬로이는 아직 마스터스의 그린재킷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투어 통산 18승을 기록 중인 매킬로이는 4월에 우승한 적은 없지만 11월 우승(2019년 월드골프챔피언십 HSBC챔피언스)은 있다. 올해 대회에는 92명이 출전한다.
2017년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불참하게 됐다. 이로써 1999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시작된 메이저대회 84개 연속 출전 기록(현역 선수 최장)도 멈췄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