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위해서라면...도쿄올림픽 밀어붙이는 스가-바흐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뚜렷한데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16일 ‘내년 7월 도쿄 올림픽을 관중이 있는 상태로 개최한다’고 합의한 것을 두고 두 사람 모두 정치적 계산을 위해 시민 안전을 담보로 삼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각각 내년 8월과 9월 임기가 만료되는 바흐 위원장과 스가 총리가 올림픽 성공으로 재선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의미다.

　아사히신문은 17일 “총리 측근들이 ‘내년 올림픽을 성공리에 개최한 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에서 승리해 본격적인 스가 정권을 수립하자’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측근은 아예 ‘올림픽은 정권의 최대 부양책’이란 속내를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스가 총리는 올해 9월 지지율 하락과 건강 악화 등으로 전임자가 갑자기 사퇴하자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아베의 잔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집권할 수 있다.

　스가 총리는 줄곧 ‘일하는 내각’을 외치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아베 대타’가 아닌 독자 정치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집권 두 달이 지났음에도 정권에 비판적인 학자들을 탄압했다는 논란, 코로나19 상황 악화 등으로 그의 지지율 또한 답보 상태다. 이를 타개할 카드를 올림픽 개최 및 중의원 해산으로 본다는 의미다.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 역시 BS후지방송에 출연해 “총리가 취임 1년 후쯤 중의원 해산을 그릴지 모른다”고 점쳤다.

　2013년 9월 8년 임기의 IOC 수장에 오른 바흐 위원장 또한 내년 3월 그리스 총회에서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치러야 하고, IOC 위원장의 최대 업무로 꼽히는 안정적 스폰서 수입도 확보해야 한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 때 IOC가 거둔 51억 달러(약 5조6400억 원) 수입 중 방영권 비중은 70%에 달했다. 일각에서는 도쿄 올림픽 흥행이 실패하면 감염 위험이 높은 북반구 겨울에 열리는 2022년 2월 중국 베이징 겨울올림픽의 개최까지 불투명해진다고 우려한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