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0돌을 맞은 ‘공연 명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LG아트센터가 실감 나는 영상으로 랜선 관객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시고 있다. 20주년을 맞아 대면 공연 축제를 기획했던 SPAF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LG아트센터 역시 기획공연들을 영상 상영으로 바꿨다.
12일 개막한 SPAF의 작품들은 29일까지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 네이버TV를 통해 후원 개념으로 최소 5000원 이상만 내면 된다. 23일 누적 후원자 수는 2200여 명이다. 해외 초청 공연을 취소한 대신 영상에 공을 들였다. 기존에 촬영을 끝낸 작품 외 공연들은 ‘연두 픽처스’가 촬영을 맡았다. 무대 중앙을 휘젓는 카메라 워크의 생동감이 뛰어나 “마치 NT LIVE(영국 국립극단의 연극 영상 작품)를 보는 것 같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28, 29일 공개 예정인 프랑스 안무가 제롬 벨의 ‘갈라’는 최대 기대작이자 유일한 해외 안무가의 작품이다. ‘농 당스(non-danse)’라는 장르, 말 그대로 ‘춤이 아닌 춤’을 추구한다. ‘저자로부터 부여받은 이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등이 대표작. 새로운 춤 접근법을 제시하며 비전문가 20여 명의 ‘행위’로 작품을 꾸렸다. 비전문 무용수들은 영상을 통해 자신의 몸짓을 벨에게 선보였고, 국내 김윤진 임소연 안무가의 협업 끝에 작품을 완성했다.
27일 안무가 안은미는 SPAF 20주년을 기념해 ‘나는 스무살입니다’를 선보인다. 20년간 축제 참여작들의 기억을 모아 형상화했다. 26일 공개하는 음악극 ‘13 후르츠케이크’는 성 소수자 13인의 삶을 조명한다. 25일 최진영 안무가의 ‘NOT FOR SALE’은 산업화로 인한 변화를 돌아보며 인간, 인공지능(AI),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시대적 화두인 여성 서사도 담겼다. 24일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딸에 대하여’가 공개된다. 혐오와 배제가 익숙해진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다. 28일 허성임 안무가의 ‘넛 크러셔’는 여성의 몸이 어떻게 상품화되는지 보여주며 ‘여성이 아닌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해 묻는다. 앞서 21일 ‘1일 1범’ 신드롬을 일으킨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기가 막힌 흥’도 화제였다. 무당이 작두 위에 올라서는 굿에서 영감을 받아 오금저림과 흥을 표현했다. 극단 신세계의 ‘나는 광인입니다’를 비롯해 김성훈 안무가의 ‘Pool’과 ‘판소리 필경사 바틀비’도 호평을 받았다.
LG아트센터는 앞서 온라인 공연 시리즈인 ‘컴온’의 시즌 1, 2를 통해 42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공연 팬들 사이에서 검증받은 온라인 공연 명가로 통한다.
이 시대 가장 핫한 안무가이자 ‘무용 천재’로 꼽히는 크리스탈 파이트의 ‘검찰관’은 28, 29일 네이버TV를 통해 유료로 중계된다. 검찰관 공연 영상은 올해 초 아르테TV의 촬영팀이 작업을 마쳤으며, 5월 BBC를 통해 방송됐다. 처음부터 방송용으로 촬영돼 무용수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생생함을 자랑한다. 다음 달 11, 12일 상영하는 티모페이 쿨랴빈 연출가의 연극 ‘오네긴’은 러시아에서 상을 휩쓴 작품. 쿨랴빈 연출가는 교과서적 원작 해석에서 탈피해 무채색 무대 위에서 19세기 고전 캐릭터들을 현대 인물로 되살려냈다. 영상은 2018년도 러시아 공연 플랫폼인 ‘스테이지 러시아’를 위해 제작됐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