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으로 흑인 4성장군 출신인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부 사령관(67)을 낙점했다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이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 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 등이 당내 반발에 부닥치면서 급부상한 인물로, 의회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의 첫 흑인 국방수장에 오른다.
1953년 남부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난 오스틴은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흑인 최초의 합참차장 및 중부사령관을 지냈다. 2013년 3월∼2016년 4월 중부사령관으로 재직하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이라크 정책을 관장하던 바이든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흑인 사회가 새 내각의 ‘흑인 지분’을 적극 요구하면서 쟁쟁한 기존 후보들을 물리치고 유력 후보가 됐다.
오스틴이 취임하면 120만 명의 미군 및 여러 산하기관을 이끌면서 중국을 상대로 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국방력 강화 및 군사 전략 등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야전에서 뼈가 굵은 그는 공개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언론과도 친밀하지 않아 “스타 파워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 현안에 대한 이해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스틴의 인준을 위해서는 바이든 당선인 또한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의 군 통제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전역한 지 7년이 넘어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의회의 특별면제를 받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제임스 매티스 전 장관이 퇴역 후 4년 만인 2017년 1월 국방장관에 오를 당시 의회가 특별면제를 해주면서 논란이 됐었다.
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플러노이 전 차관은 방위산업체 근무이력, 아프가니스탄 철군 반대 전력 등으로 민주당 내 강경진보 진영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존슨 전 장관은 불법 이민자 가족 구금 및 추방, 드론을 이용한 과도한 폭격 등의 문제로 비판받았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