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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탄생과 코로나19의 운명 광화문

Posted December. 25, 2020 07:38,   

Updated December. 25, 20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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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은 우리에게 생명이라는 위대한 모험을 시작할 용기를 줬습니다.”

 독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64)이 17일 독일 본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루트비히 판 베토벤 탄생 기념 콘서트를 앞두고 한 발언이다. 베토벤의 작품은 음악을 넘어, 인류가 ‘역경’에 맞서 이겨낼 수 있는 힘과 영감을 주는 상징적 매개체란 의미였다.

 올해는 악성(樂聖)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다. 베토벤 생년월일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그가 1770년 12월 17일 본에서 세례를 받은 기록은 남아 있다. 당시에는 관습상 출생 후 24시간 안에 세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하루 전인 16일 베토벤이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청중 없이 진행됐다. 250주년을 맞은 올해 베토벤이 일생을 보낸 오스트리아 빈, 영국 런던 등 유럽 곳곳에서 수많은 공연과 행사, 축제가 계획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12월이 되자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프랑스 지인들은 기자에게 “코로나19 때문에 250주년 관련 공연들을 유튜브로만 봤다”며 “베토벤의 곡들은 유럽의 역사 그 자체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럽의 운명이 갈린 변곡점마다 베토벤의 작품이 있었다. 1789년 절대왕정을 무너뜨린 프랑스혁명이 일어나자 베토벤은 자유와 평등 정신을 담아 교향곡 3번(영웅), 5번(운명)을 작곡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2017년 5월 대선 승리 연설에서 이를 오마주해 베토벤 곡을 크게 틀었다.

 베토벤 작품이 좋게만 쓰인 것은 아니다. 나치 정권은 1938년 오스트리아를 점령한 후 연일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를 공연케 했다. 베토벤 음악을 통해 독일 민족의 우월성과 나치즘을 홍보하려는 의도였다.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후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 중 ‘환희의 송가(Ode to Joy)’가 연주됐다.

 이 곡은 유럽연합(EU)의 성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는 1985년 이 곡을 ‘하나의 유럽’을 상징하는 유럽가(歌)로 공식 채택했다. 지난해 9월 유럽의회 개원식에서 이 곡이 연주되자 ‘브렉시트’를 옹호하는 영국 의원들은 등을 돌려 논란이 됐다.

 베토벤은 과거를 넘어 ‘미래’로도 연결되고 있다. 그가 57세에 사망하면서 미완성으로 남긴 교향곡 10번의 나머지 부분이 베토벤 작곡 성향을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습득한 인공지능(AI)에 의해 올해 작곡됐다. 이런 ‘베토벤’의 상징성 때문에 독일 정부는 ‘250주년’을 내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취소된 행사를 코로나19를 이겨낸 후 온전히 진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럽 주요국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커졌다. 그러나 전염력이 70%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면서 다시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청력 상실마저 이겨내고 위대한 곡을 완성한 베토벤을 생각하면 극복해내지 못할 역경은 없다. 내년에는 코로나19에 승리했다는 ‘환희의 송가’가 세계 곳곳에서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