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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없는 대한체육회장 선거

Posted January. 08, 2021 07:24,   

Updated January. 08, 20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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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출범 101년을 맞는 대한체육회의 1월은 상징적이다.

 대한체육회는 18일 제41대 회장을 뽑는다. 새해 첫 달이 갖는 통상적인 시작과 출발의 의미가 새로운 100년의 출발이라는 대한체육회 자체의 의미와 결부되면서 더 큰 무게로 다가온다. 그런 시기에 새 회장 선거가 겹치면서 대한체육회의 이번 1월은 명목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새로운 출발 및 전환의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잡음에 휩싸여 있다.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더 크게 들려온다.

 이번 선거에 출마한 후보는 4명이다. 현직에 있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다시 출마 선언을 했고, 강신욱 단국대 교수,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 상임의장도 후보 등록을 했다.

 후보 등록 과정부터 어지러웠다. 6명 이상의 인물들이 나서며 난립 양상을 보이다가 일부는 자진사퇴했다. 후보로 나서려다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자격 논란으로 중도 하차한 이가 있었고, 이 인물은 물러나면서 자기 대신 밀어 달라고 특정 후보를 추천했다. ‘대타’ 논란 속에 급하게 출마를 선언했던 새로운 후보는 출마 선언 하루 만인 다음 날 오전 출마를 번복했다가 오후에 다시 마음을 바꿔 등록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여기에 일부 후보들이 단일화를 시도했다가 무산됐다는 소식 속에 ‘야합’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이 오랜 준비와 심사숙고 끝에 자신만의 소신을 지니고 나섰는지 의문이다.

 공약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체로 체육인 일자리 창출 및 100세 시대 속의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의 결합, 학교 체육 활성화 등에 대한 것으로 비슷한 데다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문제들이어서 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선거 현장은 현 집행부 및 정치권의 역학관계를 둘러싼 주장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번에 출마한 후보들 중 일부가 중진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로부터의 독립’을 내세우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이 회장 체제에서 선수 성폭력 및 고 최숙현 선수 사태 등으로 인한 인권 문제가 불거졌음을 들어 이 회장 체제를 개혁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화해 보면 ‘체육 독립’과 ‘체육 개혁’ 명분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체육 독립’과 ‘체육 개혁’은 한국 체육계의 중요 문제다. 한국 체육계는 최근 몇 년간 이 두 문제를 둘러싼 극단적 경험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어진 최순실(최서원) 국정 농단 사태의 한가운데에 체육계 비리가 놓여 있었다. 이는 체육이 정부를 비롯한 권력의 과도한 간섭에서 독립할 필요를 보여준다. 반면 그 이후 벌어졌던 체육계 내의 성폭력 및 인권 유린 사태는 체육계가 얼마나 후진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또한 이후 체육계가 잇달아 보여준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체육계 스스로의 자정 능력이 상실됐음을 증명했다.

 이는 정치 및 권력의 과도한 간섭도 견제해야 하지만 더불어 체육 개혁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체육계의 고민은 이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우려스러운 것은 각 후보자들이 이 문제를 표피적인 명분으로만 이용하고 있을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각 한쪽 입장을 강조하면서 분열은 가속되고 있다.

 한쪽 주장대로 체육계 독립이 완전히 이루어진다고 치자. 그렇다면 독립적인 체육기구 내 권력 견제 장치는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안 그래도 자정 능력을 상실한 체육계가 외부 감시 없이 수많은 자기 개혁을 이행할 수 있는가. 그동안 실패했던 자기 개혁을 보완할 방법이 있는가.

 체육 개혁을 주장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개혁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개혁을 명분으로 과도한 권력이 개입될 때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보완책을 가지고 있는가. 체육계의 자율성을 보장할 장치는 있는가.

 체육계는 오랫동안 권력의 입맛에 맞게 휘둘리는 ‘체육의 도구화’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나선 각 후보들 역시 체육 발전을 위한 진정성 없이, 그저 체육계를 자신의 명예와 권력욕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가. 구체적인 실행방안 없이 구호만 내세우는 후보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이원홍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