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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경계 실패… 해경에 해안경계 떠넘길 궁리하는 軍

반복되는 경계 실패… 해경에 해안경계 떠넘길 궁리하는 軍

Posted February. 24, 2021 07:39,   

Updated February. 24, 202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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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북 남성이 16일 동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8번이나 무시했다. 경보음도 두 번이나 울렸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9, 10번째 포착 뒤에도 31분이 지나서야 최초 보고가 이뤄졌다. 합동참모본부가 어제 발표한 군 검열단의 이른바 ‘오리발 귀순’ 사건 현장조사 결과다. 이런 경계 실패에도 군 당국은 해안경계 임무를 해경에 넘기기 위한 세부계획을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합참 발표는 군의 총체적 경계 실패와 기강 해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감시장비 운용부터 초동조치와 보고체계, 경계시설물 관리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었다. 귀순자가 해안으로 올라와 민간인통제선 감시장비로 식별될 때까지 3시간 넘게 경계망은 뻥 뚫려 있었다. 식별 이후에도 30분 넘게 매뉴얼에 따른 상황전파를 미뤘다. 더욱이 귀순자가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는 해당부대가 그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작년 7월 탈북민의 ‘배수로 월북’ 이후 일대 점검 지시가 내려졌지만 해당 부대는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경계실패가 상황실 간부와 영상감시병, 위병소 근무자의 잘못 탓이라지만 군 전반에 만연한 기강 해이와 결코 무관치 않다. 근무 장병들은 두 차례의 경보음마저 오작동으로 치부했고, 최초 식별 이후에도 부대 간부일 것이라며 조치를 미뤘다고 한다. 군 내부의 긴장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상태에서 ‘별일 아닐 텐데 괜히 부산떨지 말자’는 안이한 인식까지 겹치면서 어처구니없는 대응으로 나타난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 당국은 해안경계 임무를 해경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15년 전 남북관계 개선과 병력 감축 기조에 맞춰 추진된 임무전환 계획이라지만 그간 안보여건의 악화로 전환 시기가 몇 차례나 연기된 사안이다. 더욱이 ‘목선 귀순’ ‘보트 밀입국’에 이어 ‘오리발 귀순’까지 벌어져 허점이 계속 드러나는 터에 인력과 역량에서 열세로 평가받는 해경에 맡길 경우 해안경계의 구멍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군의 대북경계는 과학화경계시스템 같은 감시장비에 맡겨지고 있다. 아무리 최첨단이라도 경계심이 이완된 상태에선 어떤 경보음도 귀찮고 성가신 소음일 뿐이다. 군은 이번에도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두고 볼 일이지만 군이 무너진 기강부터 다잡지 않는 한 국민의 불신은 잠재울 수 없다. 지금 국민은 군의 존재이유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