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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학계•시민단체 램지어 논문 비판 성명

日 학계•시민단체 램지어 논문 비판 성명

Posted March. 11, 2021 07:29,   

Updated March. 11,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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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가 일본군 위안부를 ‘계약 매춘부’로 규정해 국제사회에 논란을 일으킨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성명을 10일 처음 내놨다. 일본 학자가 개인 의견을 통해 문제의 논문을 비판하는 것에서 나아가 역사 관련 단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위안부 문제 학술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이날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2200여 명의 회원을 둔 역사학연구회는 일본 최대 역사학 단체다. 이 단체들은 ‘새롭게 위장된 형태로 등장한 일본군 위안부 부정론을 비판하는 일본의 연구자·활동가’ 명의의 성명을 통해 “위안부를 공창(公娼)과 동일시하는 램지어의 논문은 전문가 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학술지에 게재됐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선행연구가 무시되고, 일본어 문헌 사용이 자의적이며 근거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위안부 제도가 공창제의 일환이다’라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공창 제도와 관련이 있지만 동일한 것은 아니다”라며 “공찰시설과 달리 위안소는 일본군이 직접 지시하고 명령해 설치했으며 관리했다”고 했다. 위안부는 일본군이 직접 징모(徵募)하거나 일본군의 지시, 명령에 따라 강제 모집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명은 또 위안부들이 계약을 맺고 일했다는 램지어 교수의 주장과 관련해 “공창제도 아래에서 계약은 실제 인신매매였고 폐업의 자유가 없었다는 점이 많은 선행연구와 사료가 보여주고 있다”며 “램지어 씨는 문헌을 자의적으로 사용하면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매춘부를 자유로운 계약의 주체처럼 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위안부 제도는 성노예제였다고 강조하면서 문제의 논문은 근본적으로 여성의 인권이라는 관점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도시샤대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램지어 씨 논문은 위안부 문제를 한국의 문제로 치부하며 혐한 메커니즘을 담았다”며 “늦었지만 이 문제를 일본에서도 다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파이트 포 저스티스 등 일본 시민·학술 단체들은 14일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여는 등 추가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도쿄=박형준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