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화 언급에 대해 미국 백악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하자 하루 만인 22일 “잘못된 기대”라고 반박했다. “조건 없는 대화 제안에 빨리 응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대남·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김여정이 직접 나서 일축한 것. 한미의 기대와 달리 북한이 당장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대화 재개 조건을 둘러싼 북-미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북한은 이날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5줄짜리 김여정 담화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라고 간주하고 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를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보좌관의 20일(현지 시간) 미 언론 인터뷰를 겨냥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입장을 낼 여유도 없고 낼 것 같지 않다”고 했다. 통일부도 “미 고위 인사에 대한 반응이어서 정부가 논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날 담화가 공개되기 전 외교부는 김여정이 지난해 6월 “친미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했던 한미 워킹그룹을 2018년 11월 개설한 지 2년 7개월 만에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협력 사업이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외교부-미 국무부 간 협의체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