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이 아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듬해인 2017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김연경(33·상하이 유베스트)은 이런 제목의 자서전을 냈다. 한국, 일본, 터키리그도 모자라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런던 올림픽 최우수선수(MVP) 수상까지 배구선수로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그가 ‘아직’을 강조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올림픽 메달을 향한 간절함 때문이었다.
배구여제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 시작된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배구 대표팀이 20일 나리타 공항을 통해 일본 도쿄에 입성했다. 2012년 런던 대회 4위, 2016년 리우 대회 8강에 머물렀던 여자배구 대표팀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김연경, 센터 양효진(32) 등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던 베테랑 멤버들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다.
김연경의 우선순위 맨 앞엔 늘 올림픽이 놓여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태국에서 열린 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김연경은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출전해 올림픽 티켓을 따내는 집념을 보였다. 김연경의 에이전트인 임근혁 IM컨설팅 대표는 “3주 이상의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도 대회 출전을 강행하는 모습을 보고 선수에게 올림픽의 의미가 얼마나 큰지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후 부상으로 소속팀(당시 터키 에즈자즈바시으)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수억 원대 연봉 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매니지먼트사인 라이언앳의 이해욱 대표도 “같은 소속사의 쇼트트랙 선수들과 이야기할 때도 올림픽 메달 이야기만 나오면 늘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했다.
올림픽 메달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당장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이재영, 다영 자매(이상 25)가 태극마크를 박탈당했고, 레프트 강소휘(24)도 부상으로 이탈했다. “도쿄에서 최대한 늦게 돌아오겠다”던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도미니카공화국, 일본과의 예선 맞대결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우 올림픽 때 대표팀 사령탑이던 이정철 본보 해설위원은 “첫 상대인 브라질이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좋은 분위기로 일본, 도미니카를 상대해야 한다. 이소영(27) 등 김연경의 대각에 서는 레프트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여자배구 대표팀 주장 외에도 사격 진종오(42)와 함께 선수단 주장, 수영 황선우(18)와 공동 기수라는 중책까지 맡았다. 앞선 두 차례 올림픽에선 예선 경기를 준비하느라 참석할 수 없었던 개회식에 처음으로 나선다. 이날 도쿄에 도착한 김연경은 “이제 올림픽이 조금씩 실감이 난다. 어려운 시기에 많은 국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표팀은 22일 이탈리아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25일 시작되는 조별 예선 경기에 대비한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