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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

Posted July. 26, 2021 07:53,   

Updated July. 26, 202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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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은 나쁘면서 동시에 나아지고 있기도 하고, 나아지고 있지만 동시에 나쁘기도 하다.”

―한스 로슬링 등 ‘팩트풀니스’ 중

 나는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라는 웹툰을 그리고 있는 공학 박사다. ‘경단녀’가 일상적이지만 ‘경단남’이란 단어는 낯선 사회에서 3년의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었고, 진로를 고민한 끝에 웹툰 작가라는 길을 걷게 됐다.

 육아 만화를 그리면서 육아와 직장을 병행하는 어려움, 경력단절 같은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해결책까지 내놓고 싶었지만 얽혀 있는 문제들은 너무나 복잡하고 내 식견 또한 충분하지 못한 탓에 가슴 아린 공감밖에 담지 못했다. 회의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대신 안 되는 이유만 들며 발목 잡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죄책감에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 ‘팩트풀니스’를 읽었다.

 이 책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은 나쁘지만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에 빠졌다. 확실히 내가 겪는 문제 중에서도 나아지는 부분은 있었다.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갈이대가 설치되거나 가족 화장실이 늘어난 일, 무상보육 확대 등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였다. 다만 주 양육자의 절대적 희생 없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여전히 쉽지 않은, 나쁜 상태일 뿐.

 서로 편을 갈라 혐오하는 것에 너무 많은 힘을 쏟고 있는 시대다. 하지만 어떤 문제는 성별과 인종, 종교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육아 관련 문제 역시 육아에 몸담기로 결정한 남성인 내게 대부분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비록 힘든 시대를 살고 있지만,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