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러지고 있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팬들의 함성을 K팝이 대신하고 있다. 무관중 경기 덕(?)에 K팝 노랫소리도 더 또렷이 들린다. 처음엔 올림픽에서 K팝을 듣고 놀란 팬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 가수’ 노래 인증을 이어가다 이젠 아예 ‘올림픽 K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K팝이 올림픽 경기장을 채우고 있다.
4일 여자 배구 8강 한국-터키전 역시 명승부만큼이나 경기 내내 이어진 K팝 메들리가 또다시 주목받았다. 마지막 4강 진출이 달린 5세트, 뒤처진 한국이 추격점을 올릴 때마다 트와이스의 ‘알콜프리’ 세븐틴의 ‘아주나이스’ 엑소의 ‘파워’ 같은 익숙한 멜로디가 선수들의 흥을 돋는 듯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배구장에서는 이들 외에도 블랙핑크, 에이티즈, 스테이시, 스트레이키즈 등 각종 K팝 가수들의 노래가 메들리 수준으로 나와 화제가 됐다. 1일 여자 배구 한일전 때도 한국이 득점할 때마다 오마이걸의 ‘던 던 댄스’가 나왔고 팬들 역시 ‘일본이 숙명의 한일전에서도 K팝을 틀고 있다’며 태연의 ‘위켄드’ 엔하이픈의 ‘기븐-테이큰(Given-Taken)’ 에버글로우의 ‘던던(Dun Dun)’을 들었다는 SNS 인증을 이어갔다.
이미 빌보드 차트 1위를 휩쓴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복싱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나와 그 인기를 인증했다. 안산이 양궁 여자 개인전 금메달로 3관왕을 완성했을 때도 양궁장에는 BTS의 최신곡 ‘퍼미션 투 댄스’가 울려 퍼졌다.
특히 BTS의 팬덤 ‘아미(ARMY)’ 사이에서는 도쿄 올림픽 성화 최종 점화자로 전 세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여자 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일본)의 연습장에서 BTS의 ‘드림글로우’가 나온 게 화제가 됐다. BTS의 대형 히트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노래였기 때문이다. 결국 아미들은 SNS를 추적해 오사카가 BTS의 ‘찐팬’(열성적인 팬)임을 찾아냈다.
오사카는 2019년 자신의 트위터에 BTS의 ‘메이크 잇 라이트(Make It Right)’ 스트리밍을 인증하며 ‘앨범(맵 오브 더 소울 7)’에서 이 곡이 최고’라고 적었다. 지난해에는 자신이 ‘호비의 이마를 자유롭게’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한때 운영했다고 밝히며 BTS 제이홉의 ‘깐머’(앞머리 넘기는) 스타일을 좋아한다고도 했다.
올림픽조직위원회 내 종목별 스포츠프레젠테이션부(SPP)는 경기의 보는 재미, 선수들의 사기를 고려해 음악을 배치한다. 일부 선수들은 연맹 등을 통해 자신이 듣고 싶은 노래의 선곡을 부탁하기도 한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