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가 배터리 화재 위험을 이유로 전 세계에 판매한 전기차 ‘볼트EV’를 전량 리콜하고 화재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판매를 중단한다. 국내 사전예약 중인 볼트EV 2022년식과 기존 볼트EV도 리콜 및 판매 중단 대상에 포함된다.
각국 정부가 앞다퉈 전기차 확대 정책을 펴는 가운데 화재 유발 가능성을 이유로 대규모 리콜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어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외신에 따르면 GM은 20일(현지 시간) 10억 달러(약 1조1800억 원)를 들여 볼트EV와 볼트EUV의 배터리 모듈을 교체하는 자발적 리콜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지난달 리콜이 결정된 2017∼2019년식 볼트EV(6만9000대)에 포함되지 않았던 2019∼2022년식 볼트EV 7만3000대다. 이로써 GM이 생산한 모든 볼트EV가 리콜에 들어가게 됐다.
볼트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캐나다, 한국, 브라질 등에서 약 14만2000대가 팔렸다. 국내에서는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만1000대가 판매됐다. GM은 리콜 및 판매 중단 방침을 발표하며 “볼트EV 소유자는 (화재 위험 및 피해를 막기 위해) 리콜 전까지 최대 충전량을 90%로 제한하고, 주차는 건물 밖 실외에 해야 한다”고 밝혔다.
GM은 볼트EV에서 화재가 수차례 발생하자 지난해 11월 배터리 최대 충전량을 90%로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업데이트 후에도 화재가 발생하자 GM은 배터리 모듈을 교체하기로 했다. 미국 CNBC는 교체에 18억 달러(약 2조1303억 원)가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GM은 “배터리 셀에서 음극 탭 결함 및 분리막 접힘 등 희귀한 두 가지 제조 결함이 동시에 존재할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볼트EV에 탑재된 배터리는 전량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과 미국 미시간주 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만든다. LG전자는 여러 배터리 셀을 묶어 한 개 제품으로 구성(모듈화)해 GM에 납품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사업 재편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이 하고 있다.
GM의 리콜 조치를 계기로 전기차 화재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배터리 자체 문제를 의심하는 반면 배터리 업계에서는 배선 등 다른 원인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 중이다. 공동 진행하고 있는 조사 결과에 따라 충당금 설정과 분담 비율 등이 정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 홍석호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