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태가 세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충격에 이어 의문이 꼬리를 문다. 탈레반의 폭정은 부활할까? 탈레반은 정말 변했을까? 미국은 왜 이렇게 어설픈 철수를 한 걸까? 오판일까? 무슨 음모가 있는 걸까? 다음 번 아프가니스탄의 희생자는 중국일까? 아프가니스탄은 다시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의 온상이 될 것인가?
이런 질문은 관찰자들의 입장이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가장 절실한 질문은 ‘이제는 총성이 멈추고 평화가 찾아올까’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강대국의 무덤, 정복되지 않는 나라라고 불린다. 사실 정복은 여러 번 됐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장기적인 통치에 성공하지 못했다. ‘정복되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아프가니스탄이란 나라는 없다. 아프가니스탄이라고 불리는 지역 안에는 20개의 부족, 30개의 언어가 존재한다. 몽골 영국 소련 미국이 통치에 실패했다는 것은 아프가니스탄이란 영역을 하나의 나라로 만드는 작업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사회가 통합되려면 경제적 소통이 중요하다. 물자가 유통되고, 사람들의 이동과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 이 나라는 거친 지형이 이런 통합의 길을 막는다. 험한 산악 지역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이 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해발 1500m 이상의 고지이기도 하다.
이런 고립적이고 험한 지형에서 아프간의 부족들은 수없이 싸우며 살아왔다. 강대국의 침공 이전에도 국토의 일부분은 항상 전쟁 중이었다. 탈레반이 집권하면서 이슬람의 교리, 신정정치가 강력한 통합을 이룩할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역, 부족세력은 여전히 독립성이 강하고 군벌화의 가능성도 버리지 않고 있다.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는 집권 탈레반의 분열, 지역 분열, 부족 전쟁, 내전, 그리고 폭력이 사라질 수 있는 국가적 기반이 갖춰진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