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 세상은 나에게 열려있어/좌절보다 도전함을 반겨주는 세상이/그래 그래 세상을 나의 품에 안고서/내일의 난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거야.’
―투니버스 애니메이션 ‘미소의 세상’ 엔딩곡(신동식 번안)
아침에 학교에 가 친구들을 만나고 운동장서 장난치다가, 점심 급식을 먹고, 또 어딘가로 왁자지껄 놀러 나간다. 그러다 해가 지면 집에 들어가야 한다. 저녁밥 때문이다. TV만화영화는 저녁밥보다 더 중요했다.
만화영화는 나 같은 ‘90년대생’들의 집단 기억에 중요한 매체다. 우리에게 만화영화는 이전이나 이후 세대보다 더 각별하다고 감히 말해본다. TV만화영화의 황금기와 그 끝을 접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탈출한 한국 사회의 희망찬 분위기에서 유년기를 보낸 이들에게, 손 그림체가 살아있는 2차원(2D) 만화는 최후의 아날로그 문화였다. 직수입되기 시작한 수준 높은 일본 애니메이션, 한국 정서를 고려한 섬세한 번안과 성우들의 탁월한 연기. 그러나 이제 이 모든 조건은 변했고, 미래는 나날이 불안해진다. 이제 90년생들은 마치 ‘실향민’처럼 아날로그의 유년기를 그리워한다.
어린시절 만화영화를 볼 수 있는 유튜브는 90년대생들이 상실했다고 생각하는 ‘고향’을 전시한 박물관이다. 여기서 그들은 불안을 달래고 희망과 좌절을 논하며 공감대를 찾는다.
만일 ‘좌절보다 도전함을 반겨주는 세상이 나에게 열려있다’는 이야기를 윗세대가 하면 ‘꼰대’라고 불릴지도 모른다. 몇몇은 청년층이 냉소적이고 혐오를 일삼는다고 비난한다. 이는 상당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청년들은 그저 상처받을까 봐 두려움에 떠는 가시 돋친 이들이기도 하다. 그 내면에는 여전히 ‘내일의 난 모든 것이 달라져 있을 거야’라는, 정서가 함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