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9·토트넘)과 황희찬(25·울버햄프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은 23일 영국 울버햄프턴 몰리뉴 경기장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카라바오컵(리그컵) 32강전에서 맞붙었다. 전후반 90분 동안 2-2로 비긴 뒤 연장전 없이 치러진 승부차기에서 토트넘이 3-2로 이기며 16강에 진출했다. 토트넘은 경기 뒤 대진 추첨 결과 번리와 8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기회를 만들어냈다. 황희찬은 이적 후 처음 선발로 경기에 나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악착같은 몸싸움과 돌파로 골을 노렸다. 전반 45분 동료의 크로스를 머리로 갖다댔으나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후반 2분에도 측면에서 날카롭게 날아든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으나 토트넘 육탄 수비에 걸려 크로스바 위로 떴다.
황희찬은 울버햄프턴 동점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토트넘의 빌드업을 전방에서 압박한 황희찬은 1-2로 뒤진 후반 13분 토트넘 탕기 은돔벨레의 드리블을 저지했고, 이 사이 레안더르 덴동커르와 다니엘 포덴스로 패스가 연결되며 골로 이어졌다. 황희찬은 승부차기에서도 팀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켰다.
종아리 부상에서 회복해 20일 첼시와의 경기를 풀타임 소화한 손흥민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전반 종료 후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황희찬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2-2로 동점을 허용한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코리안 더비’가 성사됐다. 손흥민은 승부차기 키커로는 나서지 않았다.
영국 무대에서 한국 선수가 만난 건 2018년 3월 17일 당시 스완지시티에서 뛰던 기성용(서울)과 손흥민이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대회 6라운드에서 맞대결한 후 3년 6개월 만이다. EPL무대에선 2018년 2월 25일 크리스털팰리스에서 뛰던 이청용(울산)과 손흥민이 맞붙은 것이 마지막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경기가 끝나자 서로 끌어안은 뒤 유니폼을 교환했다. 황희찬은 후반 2분 슈팅을 시도하다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진 후 통증을 느낀 허리 부위를 손흥민에게 보여주며 웃었다. 토트넘은 두 선수의 포옹 장면을 구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라커룸으로 향하는 복도에서도 한참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내년 2월 13일에 열리는 EPL 정규리그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