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 정부에 북한이 먼저 대화 테이블로 나오지 않는 이상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미가 종전선언 관련 입장을 정리하기에 앞서 중국 등 관련 국가들을 선언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전선언을 북-미 비핵화 협상, 남북 대화 재개의 ‘입구’로 생각하는 정부의 ‘선(先)종전선언 후(後)비핵화’ 구상과 시각차를 보인 것이어서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에도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4일 방한 당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리 정부는 “종전선언은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정치적이고 상징적인 선언”이란 의미에 주목해 한미 협의를 바탕으로 종전선언을 먼저 던져 대화의 물꼬로 삼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대화에 나와야 종전선언 여부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가 전달한 종전선언 시나리오를 집중 검토하며 종전선언의 득실을 심층 분석해 왔다. 김 대표의 메시지는 미국이 이런 내부 검토 끝에 종전선언이 유엔사령부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 쟁점화 가능성 등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상황 등을 우려해 당장 호응할 뜻이 없음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26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sequencing)나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있음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