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처럼 복장을 한 24세 남성이 전철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17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죽여 사형당하고 싶었다”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8시경 도쿄 외곽 조후시에서 도심 신주쿠로 향하는 특급 전철 게이오센(京王線)에 짧은 금발 머리에 녹색 셔츠, 보라색 코트를 걸친 남성이 탔다. 그는 칼을 꺼내 전차에 앉아 있던 70대 남성을 이유 없이 찔렀다.
그 모습을 본 승객이 “칼을 들었다. 도망가”라고 외쳤고, 승객들은 다른 칸으로 급히 대피했다. 그 과정에서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다. 범인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승객을 쫓아가다 미리 준비한 기름을 전철에 뿌린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칼에 찔린 남성은 의식불명의 중태 상태고, 16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전철은 평소 정차하지 않는 고쿠료역에 긴급 정차했다. 전철 문이 열리지 않자 승객들은 창문으로 급히 탈출했다. 범인은 방화를 지른 후 전철 내 좌석에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출동한 경찰에 별다른 저항하지 않고 체포됐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6, 7월 정도부터 사형당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을 죽여 사형당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또 “핼러윈이어서 사람이 많은 전차를 노렸다. 특급 전차는 역 사이가 멀어서 승객이 도망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영방송 닛테레에 따르면 범인은 경찰에 “조커를 동경해왔다”고 말했고, 사죄하거나 반성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