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핀테크 자회사인 카카오페이가 유가증권시장 입성과 동시에 시가총액 25조 원을 돌파하며 단숨에 시총 13위에 올라섰다. 전통 금융그룹을 제치고 카카오뱅크에 이은 국내 금융주 2위 자리도 차지했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페이는 시초가 대비 7.22%(1만3000원) 오른 1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00% 균등 배정’으로 공모주를 청약받은 투자자들은 1주당 10만3000원의 수익을 거둔 셈이다. 시초가는 공모가(9만 원)의 2배인 18만 원에 결정됐지만 상한가까지는 오르지 못해 ‘따상’에는 실패했다.
이날 카카오페이의 시총은 25조1609억 원으로 현대모비스, 크래프톤 등을 제치고 시총 13위(우선주 제외)에 안착했다. 특히 KB금융(약 23조 원), 신한지주(약 19조 원)를 따돌리고 금융주 2위에 올랐다. 카카오뱅크는 이날 7% 이상 떨어졌지만 금융 대장주 자리를 지켜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이 금융주 1, 2위를 모두 차지했다.
이에 따라 금융 계열사와 카카오, 카카오게임즈, 넵튠을 포함한 카카오그룹의 시총은 116조3419억 원으로 불어 삼성(624조 원), SK(197조 원), LG(132조 원), 현대차(130조 원)에 이은 ‘100조 그룹’에 들었다.
2014년 국내 최초의 간편결제 서비스로 출발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 6월 말 현재 누적 가입자가 3650만 명,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000만 명에 이른다. 이번 기업공개(IPO)로 확보한 자금으로 증권 모바일거래서비스(MTS), 디지털손해보험 등 새로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화려한 데뷔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장기적으로 주가 상승세가 계속될지 전망이 엇갈린다. KTB증권은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카카오페이의 적정 주가를 공모가 아래인 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플랫폼 규제는 미국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인수합병(M&A)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미국처럼 규제가 더 강해져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자산과 순이익 규모가 한참 뒤처지는데도 전통 금융사 시총을 넘어선 것을 두고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카카오톡과의 연계성과 추후 금융서비스 확대로 성장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플랫폼 금융 사업자의 확장성과 성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뱅크 사례를 고려할 때 카카오페이 시총이 40조 원 이상 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카카오페이 임직원들은 스톡옵션으로 9000억 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됐다. 가장 많은 스톡옵션을 받은 류영준 대표의 평가차익은 1339억 원에 이른다. 우리사주조합의 평가차익도 종가 기준 1인당 4125만 원으로 추산된다.
이상환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