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추고 교역을 다변화할 수 있는 기대가 나오지만 농산물 수입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농수산업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교역과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적, 전략적 가치 등을 고려해 CPTPP 가입을 본격 추진한다”며 “다양한 이해 관계자 등과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2013년 CPTPP의 전신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검토한 지 약 8년 만이다.
CPTPP는 미국이 TPP를 탈퇴한 후 일본, 호주, 멕시코 등 11개국이 2018년 출범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일본이 의장국을 맡고 있고 올해 9월 중국과 대만이 가입을 신청했다.
CPTPP의 관세 철폐율은 최대 96% 수준으로 시장 개방도가 높다. 세계 무역의 15%를 차지하는 CPTPP에 가입하면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낮아지고 수출시장이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CPTPP 가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통상 지형을 확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미중 무역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한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멕시코와 처음으로 FTA를 체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농수산업계는 농산물 수입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CPTPP 참여국 중 호주, 칠레, 캐나다 등 농업 강국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수입 농산물의 증가는 장기적으로 농업 생산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실제 CPTPP에 가입하려면 공청회와 국회 보고 절차, 회원국과의 세부 협상이 필요해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가입 검토를 시작한 지 8년 만에 공식 가입 절차에 들어가 ‘뒷북 가입’으로 협상력만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 가입을 위해 일본 등 참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보다 가입이 한발 늦어져 한국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주도국인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 등을 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