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심판의 날 항공기(doomsday plane)’로 불리는 핵공중지휘통제기(E-4B)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로 이동 배치됐다.
통상 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E-4B는 방문국이나 인근 지역에 대기하면서 유사시에 대비한다. 하지만 비행경로와 목적지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 정상회담(21일)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준비하는 북한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20일 군용기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미 공군의 E-4B 1대가 19일 저녁(한국 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기지를 이륙해 20일 오후 가데나 기지에 도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탄 전용기(에어포스원)가 경기 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한 때와 거의 같은 시간에 이동 배치를 끝낸 것이다. ‘나이트워치’란 별칭을 가진 E-4B는 핵전쟁 발발 시 ICBM과 핵폭격기, 핵잠수함 등 미국의 모든 핵전력과 육해공 부대를 지휘한다. 심판의 날 항공기로 불리는 이유다.
기체 안팎엔 핵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펄스(EMP)에도 전자장비를 보호할 수 있는 첨단 방어시스템도 갖췄다. 전시엔 미 대통령이 탑승하지만 평시엔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이 해외 출장에 이용한다. 지난해 3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방한 때 타고 와 이목을 끈 바 있다. 군 관계자는 “미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E-4B의 항적을 노출한 것은 드문 일”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기간 북한의 핵·ICBM 도발에 대비한 견제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는 20일에도 동해상으로 날아와 평양의 ICBM 발사 징후 등 북한의 도발 상황을 감시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