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인 1887∼1889년 초대 주미전권공사(현 주미대사)를 지낸 박정양과 친일반민족행위자 이완용 등의 미국 내 활동사진들이 발견됐다. 주미대한제국공사관은 2일(현지 시간) 간담회에서 조선 외교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점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은 2020년 마운트버넌 워싱턴 도서관이 기증받은 뒤 작년 공사관 측에 고증을 의뢰하면서 세상에 밝혀졌다.
첫 번째 사진은 1888년 4월 26일 박정양이 공사관원들과 함께 버지니아주 마운트버넌에 있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사저를 방문한 모습을 담고 있다. 박정양은 1887년 8월 초대 공사에 임명됐지만 청나라 위안스카이의 압력으로 출발을 연기하다가 이듬해 1월 17일에야 당시 미국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에게 신임장을 전달했다. 사진은 그로부터 3개월 후로, 박정양은 청나라의 계속된 압력에 1889년 귀국했고 개항기 총리대신서리 등을 지냈다.
박정양은 문집 ‘미행일기’(美行日記)에서 이날 마운트버넌을 방문한 사실을 기록하며 “워싱턴의 옛집을 보았다. 평소에 거주하는 곳인데, 방 안의 일용하던 기구에서 화원과 운동장까지 살아 있을 때 그대로 보존했고, 부족한 것을 보충해 현재 사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적었다. 당시 참찬관(지금의 서기관)이자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 번역관이자 추후 4대 주미전권공사를 지낸 이채연은 본국으로 일시 귀국길에 올라 함께 방문하지 못했다
두 번째 사진은 조선에서 돌아온 이완용과 그의 아내, 이채연과 그의 아내, 역시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하영이 1889년 5월 6일 마운트버넌을 방문한 모습을 담았다. 당시 조선에서 선교사 및 외교 고문으로 활동했던 호레이스 알렌과 그의 딸도 보인다.
이번 고증작업에 참여한 동국대 한철호 교수는 “당시 고종의 지시에 따라 미국 현지 제도, 문물 등의 실상을 파악하던 박정양 일행의 모습이 사진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