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만 22명을 잃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죽은 사람이 70명이에요.”
22일 새벽 아프가니스탄 남동부에서 규모 5.9의 지진으로 1000명이 넘게 사망한 가운데 지진이 발생한 고향 마을을 다급히 찾은 카림 냐자이 씨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아비규환의 상황을 전했다. 냐자이 씨는 “집이 무너지기 전 가까스로 빠져나온 사람들이 미처 나오지 못한 가족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사방에 담요를 덮은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했다.
라미즈 알라크바로브 유엔 인도주의 아프간 상주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거의 주택 2000채가 파괴된 것 같다. 평균 가족 수가 최소 7, 8명이고 한 집에 여러 가족이 살기도 한다”며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은 행정력이 변경 지역까지 미치지 못하는 데다 경제도 수렁에 빠져 구조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탈레반 당국은 구조용 헬기 7대와 구급차 50여 대, 의료진을 피해 지역에 보냈지만 폭우와 우박으로 인해 구조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진 발생 지역은 고산지대로 기온이 낮아 구조 작업이 신속히 진행되지 않으면 부상자들이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탈레반 정권은 사망자에 대해 10만 아프가니(약 145만 원), 부상자에겐 5만 아프가니(약 72만 원)를 지급하겠다며 민심 수습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은 긴급 피난처와 함께 식량을 원조하기로 했고 유럽연합(EU) 등도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올 3월 탈레반 정권은 여학생 등교 금지령 등 여성 억압 정책을 도입해 해외 자산과 세계은행(WB)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는 제재를 받고 있다. 탈레반과 연결된 계좌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우려로 인해 현금 지원이 제한되고 있어 국제 원조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황성호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