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외국에 의한 강제적 분단 상황, 이념과 체제의 대립, 세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접경, 국제전쟁, 분단 상황에서의 일시적 휴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이 닮았다. 6·25전쟁 때는 진영에 속해 있는 군대들이 직접 참전해서 물리적으로 싸웠지만, 지구촌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정반대다. 전장은 약간의 용병, 의용군을 제외하고는 당사자들의 군대가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러시아는 겨울까지만 공세를 유지하면 서방이 어떤 형태든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넣어 분단 상황을 인정하고 평화협정에 사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그렇게 된다면 닮은 점이 차이점을 압도하게 된다. 우크라이나는 분단국가가 되고, 전후 유럽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적어도 5년, 10년 정도의 기한으로 러시아의 에너지와 곡물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착수할 것이다.
나토는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 의존도가 너무 높은 나토군을 재조직하려 할 것이다.
지구적 관점에서 6·25전쟁은 냉전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냉전의 시작을 예고한다. 임기 중에 그토록 칭송을 받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탄을 받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최근에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임기 중에 뭔가 놓친 게 없는지 매일 자문하고 있다.” 그녀가 놓친 것이란 바로 이런 고민일 것이다.
군비를 축소하고, 국가 간의 상호수혜적인 경제적 교역과 서로 간에 경제적 의존관계를 확대하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인가? 아니면 당장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구조를 집단화시켜서 집단적 대립, 세계대전을 야기하는 통로가 되는가? 메르켈의 책임을 떠나 인류 모두의 영원한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