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포수’ 빅3로 평가 받던 엄형찬(18·경기상고)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미국 무대 도전장을 던졌다. 엄형찬은 5일 자기 인스타그램에 ‘Dream to Reality’(꿈을 현실로)라는 문구와 함께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자세한 계약 내용은 아직 미공개 상태다.
엄형찬은 경남고 김범석, 원주고 김건희(이상 18)와 함께 올해 고교야구에서 가장 주목 받던 포수였다. 올해 15경기에 나와 타율 0.452(62타수 28안타), 3홈런, 25타점을 기록하며 9월 15일 실시 예정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지명회의(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결국 미국 무대를 선택했다.
엄형찬과 같은 학교에 몸담고 있는 아버지 엄종수 코치(49) 역시 현역 시절 포수였고 미국 무대 진출 경험도 있다. 1998년 프로야구 한화에서 방출 통보를 들은 엄 코치는 신일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00년 애틀랜타와 계약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이듬해 마이너리그 싱글A 팀 머틀비치에서 24경기를 뛰었다. 엄형찬이 마이너리그 경기에 출전하면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부자(父子)가 마이너리그 경기에 모두 출전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포수로 미국 무대에 진출한 건 엄형찬이 7번째다. 1999년 동산고 권윤민(43·현 KIA 전략기획팀장)을 시작으로 한국 포수 6명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지만 아직 성공 사례는 없다. 애리조나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4년간 포수로 활약하다가 KT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김재윤(32)은 “야구를 잘하는 것만큼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동웅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