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한은 첫 빅스텝… ‘영끌가계’ ‘좀비기업’ 구조조정 급해졌다

한은 첫 빅스텝… ‘영끌가계’ ‘좀비기업’ 구조조정 급해졌다

Posted July. 14, 2022 08:03,   

Updated July. 14, 2022 09:45

ENGLISH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연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인상을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0.5%였던 기준금리가 1년 만에 4.5배 수준으로 오르게 됐다. 금통위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보다도 인플레이션을 먼저 잡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경기 하강과 물가 불안이라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물가 안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한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폭의 2배에 이르는 빅스텝 인상에 나선 한 것은 전례가 없는 행보다. 금통위에서 3회 연속 금리를 올린 것도 처음이다. 그만큼 지금의 물가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6%에 이르렀다. 아직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전기 가스 수도요금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향후 물가상승률은 7, 8%대에 이를 수 있다.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 물가인 기대인플레이션도 10년 2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불안한 심리가 임금과 제품 가격을 밀어 올릴 공산이 크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금리 인상의 충격으로 대출을 과도하게 받은 취약가구와 한계기업이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가계부채가 1800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전체 이자 부담은 6조8000억 원 증가한다. 상장기업 중 영업으로 번 돈으로 이자도 갚기 힘든 기업이 지난해 기준 304곳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영끌 가계’와 ‘좀비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연쇄 도산하면 주택과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는 등 경제 전반이 혼돈에 빠지게 된다. 취약 가구와 기업에 대한 부채 구조조정과 2금융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았지만 지금의 국내 금리가 물가안정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은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최고 기준금리가 2.5%로 한국(2.25%)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벌어진다.

 그 여파로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원화가치 하락, 수입 물가와 국내 물가 상승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은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자본유출 우려를 차단하는 동시에 추가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와의 전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지금은 금리인상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긴축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