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시진핑(習近平·사진)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성대한 환영 연회를 준비 중이라고 11일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당시 냉랭했던 분위기와는 대조된다.
사우디로선 반(反)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 이후 미국과 멀어진 상황에서 미국을 대신해 중동 지역 내 새로운 ‘역외 균형자’가 될 수 있는 중국과 가까워지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역시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 미국을 견제하고 중동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가디언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다음 주 중 사우디를 방문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해외 방문은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험, 3연임을 앞둔 내부 단속 등을 이유로 해외 방문을 삼가 왔다.
현재 사우디 전역은 시 주석을 맞이하기 위해 떠들썩한 분위기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제2도시 제다, 1300조 원 규모의 미래 도시 프로젝트가 예정된 네옴 등에 수천 개의 중국 깃발이 내걸렸다. 가디언은 “2017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방문 이후 가장 성대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을 저버렸다”는 자국 내 비판까지 감수하며 지난달 원유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 사우디를 방문했으나 눈에 띄는 환영 행사는 없었다. 특히 사우디는 오히려 증산 규모를 줄여 바이든 대통령의 부탁을 사실상 거절했다.
중국은 그동안 사우디 왕실의 독재와 인권 탄압에 눈감아 왔다. 2018년 카슈끄지 피살 사건 때도 미국이 사우디 왕실을 사건 배후로 지목하며 갈등을 겪은 반면 중국은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가디언은 “워싱턴이 중동에서 멀어지는 사이 중국은 사우디의 가장 큰 무역파트너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