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예 생각도 안 해요. 지금 최고 타자 있잖아요, 이정후! 그런 선수가 타격왕 하는 게 맞습니다. 저는 규정타석이나 채우면 다행이고요.”
NC 박건우(32·사진)는 허벅지 통증으로 6월 1일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지난달 12일이 되어서야 다시 1군 무대에 돌아왔다. 그리고 복귀 후 20경기에서 타율 0.386을 기록하면서 시즌 타율을 0.349까지 끌어올렸다. 공백 때문에 규정타석(310타석)에는 26타석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현재 선두 삼성 피렐라(0.339)나 2위 키움 이정후(0.338)보다 타율이 높다.
프로야구 ‘장외 타격왕’은 타이틀 욕심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박건우는 “이정후는 이제 140안타를 바라보고 있고(135안타) 저는 이제 고작 80개 쳤어요(88안타). 정후보다 50개 모자란데…”라면서 몸을 낮췄다.
박건우는 통산 타율 0.328로 현역 선수 가운데 이정후(0.340)에 이어 2위(전체 5위)다. 그런데 여태 개인 타이틀을 딴 적은 없다. 박건우는 “애초에 신경을 안 쓴다. 나중에 되면 좋은 거고, 전 그냥 매 경기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득도’한 건 아니다. 박건우는 서울고를 졸업하고 2009년 두산에 입단했지만 2016년이 되어서야 붙박이 자리를 얻었다. 그리고 이듬해(2017년) 타율 0.366을 기록하고도 타격왕 자리를 KIA 김선빈(0.370)에게 내줬다. 박건우는 “그때는 치면 다 안타였다”면서도 “그래도 야구는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그해 후반기 60경기에서 타율 0.416을 기록했다. 문제는 시즌 막판 20홈런-20도루 기록을 의식하다가 타격 밸런스가 무너진 것. 결국 딱 20홈런, 20도루를 기록하고도 골든글러브도 타지 못했다. 박건우는 “야구는 할수록 어렵다. 답이 없다”며 “그래서 더 무덤덤해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마음을 비운 만큼 잘 풀리는 일도 있다. 박건우는 “이것(복귀 후 맹타)도 말이 안 된다. 나는 일요일에 우천 취소되고 휴식일인 월요일까지 이틀만 쉬어도 타격 감각이 무뎌지는 편”이라면서 “40일을 넘게 경기를 못 뛰고 (퓨처스리그에서) 공을 세 개(세 타석) 보고 1군에 올라왔으니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런데 또 되대요?”라며 웃었다.
박건우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6년간 총액 100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두산에서 NC로 팀을 옮겼다. 박건우는 4월 한 달간 타율 0.351을 기록했지만 팀은 8승 17패(승률 0.320)로 최하위였다. 박건우는 “누가 하위 팀에 있고 싶겠어요. 그런데 누군가 이기면 누군가는 져야 하고, 이게 프로 세계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순위 싸움 중인 친정팀에 그렇게 강한 것이냐’고 물었다. NC는 현재 8위지만 7위 두산은 물론이고 6위 롯데와도 승차가 없다. 박건우는 두산과 맞붙은 12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83을 기록 중이다. 박건우가 안타를 가장 많이(18개) 기록한 상대도 두산이다.
박건우는 “4월 26일 두산과 처음 맞붙었을 때는 신인 때 첫 타석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다리도 떨리고 너무 긴장해 몸살까지 왔다”면서 “지금은 진짜 이겨야 되니까 그 생각밖에 없다”며 웃었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