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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가스차단-가뭄에 허덕이는 독일 경제…세계최대 화학기업도 “공장 멈출 판”

러 가스차단-가뭄에 허덕이는 독일 경제…세계최대 화학기업도 “공장 멈출 판”

Posted August. 24, 2022 07:47,   

Updated August. 24, 20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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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가스 공급이 줄면 우린 ‘이중 타격’을 받습니다. 에너지원이 부족해질 뿐 아니라 제조업체들이 의료용품 등 여러 제품 생산을 줄일 수밖에 없어요.”

 16일(현지 시간) 독일 서부 라인란트팔츠주 루트비히스하펜의 세계 최대 화학기업 바스프 공장. 다니엘라 레첸버거 홍보담당자는 “가스는 여러 제품의 핵심 원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으로 독일 경제를 떠받치는 제조업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면적이 10km²에 달하는 바스프 공장은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의 77%를 가공 생산한다. 공장 단지엔 화장품, 의료용품, 세제 등 여러 제조사의 물류 트럭 수십 대가 오갔다.

 하지만 이곳엔 언제라도 가동이 중단돼 공장이 폐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가스 공급이 지난달보다 약 50% 줄어 생산 가동 속도가 느려졌다”며 “공급이 수요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공장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엔 지난해 한국에서도 공급난이 심각했던 요소수와 암모니아 등 주요 화학품 생산 공장 200여 곳이 있다. 바스프는 지난달 암모니아 생산을 줄였다. 내년 암모니아를 원료로 쓰는 비료 수급에 차질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를 받은 러시아는 지난달 독일을 통해 유럽으로 가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잠갔다가 재개한 뒤 공급량을 기존의 절반으로 줄였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은 31일∼다음 달 2일 유지 보수를 이유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혀 에너지 차단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최근 극심한 가뭄까지 덮치자 바스프가 있는 일대 공장들은 공업용수 부족으로 공장 가동률이 더욱 떨어졌다. 이 일대로 원자재를 운반하는 선박 통행량도 기존 가용 규모의 25% 수준으로 감소했다. 독일에선 가스 공급 위기가 고물가를 자극하고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난이 불거질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기준 MWh(메가와트시)당 276.76유로(약 37만 원)까지 올랐다. 1년 전에 비해 무려 1000% 치솟았다. 전기요금이 급등해 프랑스와 영국의 철강업체들도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에너지값 상승으로 세계 5위 에너지 수입국 한국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본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